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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진행된 유재수 재판…"요청 따라 오피스텔, 항공권 제공"
금융업계 관계자 최모씨 증인 출석…"유재수가 도움 줄 것이라 생각"
변호인 측 "금품 요구와 취업청탁 한 적 없다"는 주장과 배치
2020-02-26 16:55:52 2020-02-26 16:55:5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첫 공판에서 그가 오피스텔과 항공권, 골프채 등 금품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단순히 친분이 있어 받은 것뿐이라는 변호인 측 주장과 배치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손주철)는 26일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정책국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낸 2010년 8월~2018년 11월 직무 관련성이 높은 금융업계 관계자 4명에게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법정 앞 출입문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에 한해 방청을 허용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재판은 재판부를 비롯해 검찰, 피고인, 변호인 등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행됐다.
 
이날 변호인 측은 지난 1월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직무와 관련해 이익이 수수된 것이 인정돼야 하지만 공소장에는 이 부분이 추상적이라 불분명하다"면서 "유 전 부시장과 공여자는 가족끼리 교류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으며 그에 따라 받은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자필 책값 대납과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 골프채를 요구한 적이 없었으며 동생의 취업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직접적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하지 않더라도 권한에 속하는 직무, 결정권자가 포함하는 직무 모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폭넓게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금융업계 관계자 최모씨의 증인신문에서도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증명하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2015년 2월 자산운용사 설립을 계획 중이던 최씨에게 자신이 집필한 책 100권을 출판사나 서점이 아닌 자신에게 직접 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이 요청해서 책을 구입했다"면서 "당시에는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고 (요청이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시장 부인이 사용할 항공권을 결제하고 골프채 2대를 구입해 준 데 대해서도 "유 전 부시장의 부탁으로 항공권을 두 번 결제했다"며 "큰 비용이 아니었고 부탁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부탁하지 않았는데 최씨가 먼저 나서 결제를 해줬다"는 유 전 부시장의 조사 당시 진술을 전하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자사에 채용한 것에 대해서도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이었다"며 "회사에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서 그렇게 채용해도 큰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탁하지 않았다면)유 전 부시장 동생을 채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아직까지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에게 뇌물 등을 제공한 이유에 대해 "금융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당시 고위 공무원이었던 유 전 부시장이 많은 노하우와 경험 등을 들려줬기 때문에 나중에도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 재판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뇌물수수 등 혐의 피고인인 동시에 조국 전 장관 등이 연관된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무마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켰고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이 기소된 상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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