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임성근 판사도 1심 무죄…'사법농단' 세 번째
법원 "위헌적인 행위 인정되나 직권남용죄 적용할 수 없어"
입력 : 2020-02-14 13:30:41 수정 : 2020-02-14 13:30:41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특정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에게 법원이 내린 세 번째 무죄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2015년 3월~12월 해당 재판에 청와대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봤다.
 
임 부장판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에서 판결문의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또 도박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선수를 정식 재판에 회부한 판사에게 재검토를 권유한 혐의도 있다.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검찰이 파악한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을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절차 진행에 간섭한 것"이라며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직권남용죄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일을 하도록 한 경우에 성립한다. 그런데 임 부장판사에게는 재판 개입을 시도할 행정권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가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여지는 없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지위나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직권남용죄에 따른 형사처벌을 지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는 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로 징계사유에 해당할 여지는 있지만,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특정 재판 개입 시도와 실제 해당 재판의 변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법관들이 임 부장판사로부터 요청이나 권유를 들은 것은 맞지만, 최종 결론은 각 법관이나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내린 것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달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재판 기록 등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의 공소사실은 사법농단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공소사실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이들 사건에 대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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