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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음악, 내 사적 이야기”…현악기까지 다루는 뮤지션 할시
‘내면 소리화’ 이뤄낸 3집 ‘Manic’…“악기 연주, 이해로 원하는 이야기 만들어”
“방탄소년단, 모든 것에 완벽 기하는 뮤지션” …5월9일 올림픽홀 두 번째 내한
2020-01-29 11:57:13 2020-01-29 11:57:1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9세이고 뉴저지 출신이에요. 할시라고 합니다.”
 
2014년 미국 뉴욕 맨해튼 시리우스 XM홀딩스에서 열린 데뷔 첫 공개 방송. 한 손에 기타 가방을 든 당당함으로 그는 세상과 맞닥뜨렸다. 5프렛에 카포 낀 기타로 자작곡 ‘Ghost’를 연주. 감정 교류 없는 사랑을 ‘유령’에 빗댄, 이 지독히 허한 노랫말은 곧 온 세상에 퍼졌다. 박자감 있는 쇠줄 진동과 공중에 나른히 퍼지는 잔향, 맑되 허스키한 목소리…. 2년 뒤, 노래는 ‘음악 심장’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을 뒤흔든다.
 
국내에는 ‘라-라-라-파#’로 익숙한 멜로디, ‘오맘맘마(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부른 팝스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오랫동안 ‘음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해온 뮤지션’이다. 14살 무렵부터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를 아우르며 직접 곡을 써온 미국 싱어송라이터 할시(25). 29일 서면으로 만난 그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경우 프로페셔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앨범을 만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며 “직접 하는 연주뿐 아니라 악기에 대한 이해로 내가 원하는 이야기, 사운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자신의 악곡, 음악관에 대해 설명했다.
 
할시.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최근 전 세계 동시 발표한 정규 3집 ‘Manic’은 한 마디로 ‘내면의 청각화’다. 개인적 이야기에서 길어 올린 언어들을 어울리는 사운드에 조우시켰다. 이를 테면 두 번째 곡 ‘Clementine’의 먹먹함, 해저를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건반 멜로디는 실제 그의 집 거실에 있는 피아노로 작업한 소리다. 아주 사적인 악기로 스스로만 느낄 수 있는 심리, 감정을 표현해보고자 시도했다. 그는 “앨범에 사적인 부분이 포함될 수 있어 좋았다. 실제 나의 악기 연주가 많이 들어갔다”며 “음악적 영감은 주로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들이 겪고 있는 것과 내가 겪고 있는 것이 서로 교차점을 이룰 때 주로 얻는다”고 설명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지금의 할시’다. 사랑, 실수, 무거워진 선택의 결과들, 그럼에도 살아 가는 생의 서사들…. 팝과 컨트리 일렉트로닉으로 장르만 선회할 뿐, 데뷔 때 같은 자기 울림이 가득하다. 앨범은 ‘내가 만든 거울 앞에 서서’(첫 곡 ‘Ashley’ 가사 중) 돌아간다. “생의 현 시점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한 개인으로서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생각에 관한 앨범이에요.”
 
할시.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할시는 데뷔 때부터 저스틴 비버, 이매진 드래곤스, 위켄드, 체인스모커스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음악적 외연을 넓혀왔다. 기타 중심이던 음악에서 팝 요소가 강화된 것도 이런 흐름과 닿아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참여한 것은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그는 “협업은 새로운 사운드, 예술을 실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며 “방탄소년단에게 배운 것이 많다. 일단 그들은 재능있고 똑똑하며 상냥하다. 댄스를 비롯해 모든 것에 완벽을 기하는 자세 역시 나의 의지를 다지게 해줬다”고 돌아봤다.
 
방탄소년단과의 인연은 이번 앨범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수록곡 ‘SUGA's Interlude’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참여했다. 할시는 “(슈가의) 솔로 앨범 ‘Agust D’을 듣고 많은 공감이 됐다”며 “사적 내면의 생각과 어두운 면들, 아티스트와 개인을 오가는 그의 고뇌가 이번 내 앨범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할시.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할시는 오는 5월9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 단독 공연을 갖는다. 지난 2018년 첫 단독 내한 이후 2년 만이다. 첫 내한 때는 방탄소년단과 협업 전이었음에도 2500여명의 팬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그는 “가사도 전부 따라 부르고 피켓도 들어주던 기억이 난다. 팬들과의 만남 시간도 큰 감동으로 남아 있다”며 “당시 공연 뒤엔 서울 구경도 하고 처음으로 소주도 먹어봤다. 이번에도 많은 볼 거리, 즐길 거리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할시의 팬들은 주로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들이다.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할시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상황이 얼마나 나쁘건 간에 언젠가는 좋아진다는 것, 나 자신이 누군지 몰라도 괜찮다는 것, 그것을 탐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데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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