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뮤지컬 같은 전율·장관…퀸, 4만5000명과 ‘위 윌 록유’
프레디 생전 영상 활용한 연출에 관객들 환호, 탄식 교차
영화 열풍에 바뀐 공연장 풍경…20·30 관객 비중 70% 넘어
입력 : 2020-01-21 08:00:00 수정 : 2020-01-21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마음만은 정말 나시까지 입고 오고 싶었어요. 자, 다 같이 위~ 윌, 위~ 윌 록유!”
 
19일 저녁 5시 경 서울 구로구 고척돔 앞. 안효훈씨(39)를 필두로 콧수염 분장을 한 이들이 발을 둥둥 구르며 발랄하게 외쳤다. 포즈를 취해달라니 고 프레디 머큐리(1946~1991)를 연상시키는 눈빛으로 검지와 새끼 손가락을 치켜든다. 지난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 일주일에 1~2번씩 만나는 이들은 밴드 퀸(QUEEN) 동호회로 엮인 사이. 1시간 뒤면 ‘실물’ 퀸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이 이들에게 읽혔다. “LP가게에 가서 매주 퀸 음악을 같이 듣곤 했어요. ‘돈 스탑 미 나우’ 꼭 듣고 싶습니다.”
 
이들을 만난 뒤 인근 MD 부스 앞에서는 16살 한예진양을 만났다. 어머니 손을 붙잡고 온 예진양 역시 지난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2년 째 ‘퀸 앓이’를 해왔다. “영화 속 실제 인물들을 만난다니 상상이 잘 안돼요. 오늘 ‘보헤미안 랩소디’ 꼭 들어보고 싶어요.” 예진양이 지나간 자리에는 앞서 주최 측이 사전에 진행한 ‘퀸 커버곡 콘테스트’ 영상 참가자들이 개성넘치는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콧수염 분장을 한 안효훈씨(39)와 퀸 동호회 모임 사람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영국의 현존하는 전설 밴드 퀸이 5년 5개월 만에 돌아온 이날. 이 현장의 열기는 공연 시작 전부터 대단했다. 재작년 말부터 시작된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이날 공연장 풍경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40~50대 ‘아재’ 팬들 외에도 20~30대 청년들, 어머니 손을 붙잡고 온 소녀까지 팬층은 세대, 성별을 초월했다.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급부상한 ‘퀸 열풍’이 물리적 공간에서 실현되자 현장은 시작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퀸은 앞서 결성 43년만인 2014년 페스티벌 ‘슈퍼소닉’ 일환으로 처음 내한 공연을 펼쳤다. 당시 원년 멤버로는 브라이언 메이(기타·보컬·72), 로저 테일러(드럼·보컬·70)가 참여했다. 프레디 사후 세 번의 라이브 끝에 탈퇴한 존 디콘(베이스기타·68)은 함께 하지 않았다. 프레디의 빈자리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보컬리스트 아담 램버트가 채웠다. 하지만 영화 상영 전이었던 당시는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한국 인지도가 약해 비틀스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만큼의 큰 이슈를 끌진 못했었다.
 
올해 결성 50주년을 맞은 퀸의 이날 공연은 월드투어 ‘더 랩소디 투어(THE RHAPSODY TOUR)’의 일환으로 열렸다. 영화 팬들의 요청이 커지며 지난해 7월 벤쿠버에서 시작된 공연이다. 미국 워싱턴, 필라델피아, 뉴욕 등을 돌아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투어에 나선다. 첫 내한 때처럼 메이, 테일러, 아담이 함께 했다.
 
지난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밴드 퀸의 무대. 사진/현대카드
 
이날 저녁 6시경, 공연은 시작부터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장관을 일으켰다. 무대 가운데 거대한 왕관 설치물은 서서히 수직 상승하더니 천장의 길죽한 3분할 LED가 됐고, 곧 뒤의 커튼이 젖히며 백발, 흰수염 자태의 ‘실물’ 퀸이 튀어나왔다. 초반부터 ‘NOW I'M HERE’을 시작으로 영화에서 듣던 전율의 명곡들이 쏟아지자 2만 관객의 천둥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KEEP YOURSELF ALIVE’, ‘HAMMER TO FALL’, ‘KILLER QUEEN’, ‘DON'T STOP ME NOW’, ‘SOMEBODY TO LOVE’…. 우주적이며 웅장한 굉음을 내는 전자기타의 메이, 드러밍에 보컬까지 능란하게 소화하는 테일러를 맞닥뜨린 순간, 울음을 터뜨리는 팬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메이가 수제기타이자 퀸의 상징과도 같은 레드 스페셜을 들어올리는 매 순간이 공연의 절정이었다. 온 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흐르는 듯 했다.
 
공연 중반 부에 이르며 실내는 프레디 추모 물결로 넘실거렸다. 특히 ‘LOVE OF MY LIFE’ 때의 순간은 이날 최대의 백미이자 전율. 생전 프레디의 음성으로 듣던 노래를 메이 목소리로 듣는 경험부터 특별했다. “도와달라”며 관객과 목소리를 주고 받던 음악은 후반부 프레디의 생전 영상과 겹쳐졌다. 영상 속 프레디를 향해 아련하게 뻗는 메이의 손짓이 이날 가장 큰 함성과 탄식을 동시에 일으켰다. 이날 앙코르 무대 직전에도 생전 애니메이션 캐릭터 옷을 입은 프레디가 ‘에~오(뜻이 없는 후렴 창법)’ 외치는 영상이 나와 객석이 요동쳤다.
 
지난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밴드 퀸의 무대. 사진/현대카드
 
칠순을 넘긴 두 거장은 2시간이 넘게 진행된 공연에서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수백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다”며 스마일 밴드 시절의 ‘DOING ALRIGHT’을 부를 땐 꼭 소년들처럼 해사했다. 천체 물리학자인 메이가 광활한 우주 풍경을 뒤로 한 채 드보르자크 ‘신세계’ 선율을 독주로 뽑아낸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두성을 활용해 가는 직진 형태의 고음을 뽑아내는 아담은 프레디 ‘골수’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었겠지만, 자신만의 해석력으로 명곡들을 새롭게 들려준 점 만은 분명했다. 공연 중후반부 ‘RADIO GA GA’, ‘BOHEMIAN RHAPSODY’부터 앙코르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로 이어진 떼창 물결은 영화관을 수십개 이어 붙여 진행한 듯한 ‘싱어롱’ 같았다. 태극기 티셔츠를 입고 나온 메이는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본 적이 없다”며 한국말로 “사랑한다”고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18~19일 이틀간 진행된 공연에는 4만5000여 관객이 몰렸다. 여성 관객(68.2%) 비율이 남성(31.8%)의 2배를 넘었다. 퀸의 전성기 때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갓난아기였던 20~30대 관객이 73.8%를 기록했다.
 
브라이언 메이. 사진/현대카드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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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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