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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특화상권도 무색…대기업 체인·온라인 공세에 빈 상가 줄줄이
도·소매 할 것없이 직격타…“정부 자금·판로 지원 절실”
2020-01-02 12:00:00 2020-01-02 12: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경자년 새해가 밝았지만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가실 줄 모르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는 데다, 늘어나는 대기업 체인과 온라인 거래량 증가로 서울 대표적 상권인 종로는 물론 문구, 식료품 도매상이 몰려있는 영등포시장 인근이나 아현동 가구거리 등 특화상권까지 빈 상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기자가 방문한 영등포 시장 인근에는 ‘임대’ 문구가 붙은 상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영등포 시장 인근은 청과시장과 함께 문구·완구 도매상, 식료품 및 생활용품 도매상들이 넓게 퍼져있어 물건을 싣고 내리는 트럭들이 붐비던 서울의 대표적 도매상권이지만 요즘에는 인터넷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으로 사람들이 몰리며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줄고 있다.

이날 영등포 시장에서 만난 한 나들가게 사장은 “이 동네에 편의점 외에 슈퍼는 여기 하나뿐”이라며 “최근에는 모두 편의점으로 바뀌거나 폐업했다”고 말했다.

소매상들의 영업이 악화되면서 도매상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등포 시장에서 슈퍼에 식료품 등을 납품하는 A 도매상 대표는 “슈퍼마켓이 대부분 편의점으로 바뀌면서 거래처가 많이 줄었다”며 “근 몇 년 사이 이 동네 도매상가 수도 3분의1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27일 영등포 시장 인근 도매상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중소벤처기업부 집계에 따르면 2011년 7만여개이던 동네슈퍼 점포수는 2016년 5만여개로 줄었고, 최근에는 연평균 5000개씩 감소하는 추세다. 중기부가 동네슈퍼 육성 계획으로 마련한 나들가게 역시 지난 해 점포수가 7772개로 최고 점포 수를 기록한 2012년(9704개)과 비교해 약 20% 가까이 줄었으며, 나들가게 전체 매출액도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반면 편의점 수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점포수 4만1359개를 기록했으며, 가맹점당 매출액도 4.7%증가했다.

대기업 체인과 온라인쇼핑 성장에 따른 영업부진은 특화거리도 피해가지 못했다. 아현 가구거리는 이대 웨딩타운과 이어져 예비 신혼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지만, 최근 방문한 아현 가구거리에는 손님과 상담을 하고 있는 매장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현 가구거리에 위치한 L가구 대표는 “최근 가구거리 찾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었다”며 “새 학기나 결혼시즌 성수기면 손님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책상 등 학생용 가구를 찾는 몇몇 방문객들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손님들도 상담만 받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최근 3년 사이 방문객도 매출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온라인 가구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으며,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 대형가구업체들도 온라인 사업부를 강화하는 추세다. 한샘의 경우 현재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1% 수준이며, 현대리바트는 B2C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30%에 달한다.
 
23일 아현 가구거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소상공인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금지원과 판로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 시장에 위치한 M문구 사장은 “주변으로 30개나 있던 문구점들이 다 폐업하고 이제는 10개 밖에 남지 않았다”며 “경기가 나쁜 것도 문제지만 다이소 같은 대형업체들이 자잘한 것까지 다 판매하니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을 주문해도 소량이다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오픈마켓에 입점하려해도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게 없다”며 “대형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정부의 자금지원과 판로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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