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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합치고 쪼개고 만들고'…"미래 먹거리 키우자"
합병·조직 신설 등 개편 줄 잇고 분사도 추진
NASA 출신·AI 차세대 리더 등 인재 영입도
2019-12-29 06:05:16 2019-12-29 06:05:16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미래 먹거리를 키우기 위한 산업계의 조직 개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업을 합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회사를 쪼개는 방법으로 대응에 나서려는 기업도 있다.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곳도 줄을 잇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주)한화는 내년 1월1일자로 전략 부문을 신설한다. 전략 부문은 화학·방산, 무역, 기계 등 주요 사업의 미래전략 방향 설정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기존 사업의 정체를 벗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글로벌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옥경석 (주)한화 대표이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과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전략부문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신성장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역량을 한데 모으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계열사를 합병 또는 분할을 추진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키우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활발하다. 사진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을 지향점으로 설정한 현대자동차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CES : 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 2020'에서 선보일 미래 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또 한화케미칼은 내년 1월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하고 사명을 한화솔루션으로 바꾸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석유·화학과 소재, 태양광 조직을 합쳐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합병을 통해 융복합 기술 개발 등의 역량을 높여 차세대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화와 한화솔루션 부문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사장이 맡는다. 김 부사장은 한때 생존을 걱정했던 태양광 사업을 이끌면서 본궤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LG화학은 그룹의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분사를 고민 중이다. LG화학은 배터리 부문 분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부인하지는 않았다.
 
배터리 사업 투자확대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등을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자료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2659억원이던 LG화학의 순차입금은 배터리 관련 투자 등이 늘면서 6조8689억원으로 급증했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것으로 현재 들고 있는 현금을 다 동원해 상환한 뒤에 남는 빚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전기차용 이차전지 매출액은 2024년 31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성장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전이고 급격한 시장 확대에 따른 재무·사고 등에서의 불확실성도 있다"며 "전지 사업 분할은 불확실한 성장 사업이 갖는 위험이 회사 전체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운신의 폭의 넓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2차전지 사업에 총 10조원 이상이 필요한 데 분할 후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투자 여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사업을 분리하면 기존 사업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 부문 강화를 위해 대표를 교체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배터리 사업의 새 수장은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이 선임됐다. 지 대표가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맺어 온 관계가 배터리 사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 대표는 지난 2년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배터리 사업의 성장 전략을 모색해 온 E모빌리티 그룹의 리더를 겸하면서 배터리 생산 중심의 사업구조를 관련 서비스로 확장하는 밑그림도 그렸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E모발리티 그룹을 편제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부도 신설했고 현재 전기차 중심의 배터리 사업을 전기차 외의 다양한 사용처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고 UAM에는 2025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UAM 사업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인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맡겼다. 신 부사장은 미래항공연구와 안전부문의 전문가로 항공기체 개발뿐 아니라 항공 인프라와 항공 관제체계 등 종합적인 교통체계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항공·자동차산업과 교통 체계에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으로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관련 시장 규모가 2040년까지 1조5000억달러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대응력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했다. 이를 위해 CSO(Chief Strategy Office)을 신설했다. CSO 부문은 신사업 추진과 전략 기능을 통합해 미래준비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햘을 한다. CTO(Chief Technology Officer) 부문에는 미래기술센터를 신설하고 산하에 인공지능연구소, 로봇선행연구소, SW사업화PMO를 두기로 했다.
 
LG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인공지능(AI) 분야 차세대 리더인 조셉 림 미국 USC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영입하는 등 인재를 모으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강화학습 알고리즘, 딥러닝, 컴퓨터비전 등을 접목한 영상지능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림 교수는 CTO 부문 산하 인공지능연구소의 영상지능 연구를 담당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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