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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당신을 위한 주택말고
박용준 공동체팀장
2019-12-26 06:00:00 2019-12-26 11:39:3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역대 최연소인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꼽았다. 2003년생 소녀는 말뿐인 현 세대의 환경보호를 비판하고 자신을 포함한 다음 세대를 위해 당장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세계 270곳에서 140만명이 동참하며 작지 않은 파도를 만들고 있다.
 
만약 그레타 툰베리가 환경이 아닌 주택에 관심을 갖는다면 어떤 얘기를 할까. 아파트로 대표되는 현 시대의 주택양식 덕분에 우리는 1000만 인구의 도시에서 정치·사회·경제·문화의 발전을 이뤘다. 주택은 고령화 시대엔 최후의 재테크 수단이자 상속의 동아줄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주택들이 오롯이 현 세대만을 위한 것일까. 가뜩이나 일자리 절벽 앞에 허덕이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주택에 이르러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맛본다. 청년들은 월 소득의 적어도 1/4, 보통 1/3 가량을 주거비로 지출한다.
 
주택에 있어 밀레니얼 세대는 비주류다. 그들은 1인가구가 다수이며, 이전 세대보다 출산이나 결혼에 비협조적이다. 4인가족 기준 내지 3대가 함께 사는 방식으로 설계된 주택에 이들을 욱여넣기는 불가능하다. 10년 혹은 20년 후라면 지금에 맞춰 지어진 아파트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살고 있을까.
 
서대문구 연희동에 청년들이 살 사회주택을 짓는 일이 주민들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성소수자 입주 반대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집값 하락 우려가 본질이다. 몇 년 전부터 목동 행복주택, 영등포구청역 청년주택, 성남 분당 공공주택, 인천 용현동 드림촌 등 청년에 대한 기존 세대의 반응은 일관됐다.
 
이 정도면 거의 청년 혐오 수준이다. 집을 소유했다고 해서 이웃까지 결정하고 고를 수 있는 권리는 누가 누구에게 줬는가.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아무 악영향 끼치지 않고 살길 바라는 마음은 오히려 격리이자 차별이다.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는 미워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미래세대 여부를 떠나 당장 그들은 지역사회에 미래 충성도도 높고 생산적이다. 결혼하거나 애를 낳을 수도 있으며, 각종 모임과 활동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당장 가진 것이 없고, 불안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가진 에너지까지 무시할 순 없다.
 
SK D&D, 코오롱 등은 몇 년전부터 현 주택시장의 한계를 바라보고,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고객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주목했다. 입주 반 년만에 100%를 달성해 시장을 놀라게 한 코리빙 프로젝트 ‘테이블’의 입주자는 20대가 42%로 가장 많다. 밀레니얼 세대는 가치에 돈 쓰는데 거부감을 갖지 않으며, 직주근접을 선호하고 새로운 관계에 호의적이다. 공유와 경험을 통한 성장에 욕구를 갖고 있다.
 
지금처럼 용적률과 수익에만 목매는 시대 역시 밀레니얼 세대와의 공존을 거부하다간 언제 종말이 다가와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 빈집이 다수 위치한 지역은 하나같이 과거에 잘 나가던 영광을 지니고 있다. 다만, 기존 세대가 생명을 다하는 사이 제때에 적절한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만을 위한 주택말고도, 답은 있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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