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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카일로 렌이 된 마크롱
2019-12-17 06:00:00 2019-12-17 06:00:00
지금 세계는 총체적 난국이다. 많은 나라들은 경기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빈부 격차 또한 겉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출산율은 저조해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는 나라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환경오염은 임계점을 넘어 위험천만한 수위에 이르렀다. 장마, 가뭄, 무더위, 한파, 태풍, 홍수 등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건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특히 한국은 미세먼지로 뒤덮여 뿌연 날들이 다반사다.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내세워 범국가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 앞에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지지부진하니 ‘환경정책 꼴찌인 한국’이란 말을 아니 할 수 없다.
 
서구에서는 지구 살리기에 초비상이 걸렸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지구 온난화에 대항해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참으로 가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웨덴의 한 소녀는  지구를 보호하려고 자기 삶을 포기한 채 환경운동가로 나서 어른들 몇 배의 일을 하고 있다. 16세의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그 주인공이다.   
 
툰베리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어른들에게 후세들의 삶을 지켜달라고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호소 어린 연설을 했다. 미국, 유럽 등 서구 언론은 이 소녀의 행보를 대서특필했고 계속해서 주목해 왔다. 결국 타임지는 지난주 이 소녀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1927년부터 타임지는 연말이면 예외 없이 한 해의 인물을 뽑는다. 이 인물은 최선의 인물일 수도 있고 최악의 인물일 수도 있다. 툰베리는 올 한해를 장식한 최선의 인물로 뽑힌 것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환경운동 단체가 정치권을 질타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그린피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악당 카일로 렌(Kylo Ren)으로 묘사해 환경정책에 미온적인 마크롱 정부를 비판하고 환경운동에 더 매진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프랑스 그린피스는 기후온난화에 대한 대항을 보다 거세게 진행했다. 이 단체는 환경을 지키려고 대항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해 새로운 캠페인을 벌였다. 지구가 붕괴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프랑스 정책들이 너무 지지부진하자 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린피스는 상징적 인물인 카일로 렌을 등장시키는 연출을 했다. 카일로 렌은 다스베이더의 뒤를 이어 새로운 시스로 등장한 스타워즈의 주인공이다. 그는 세상의 평화를 원하는 제다이 기사들을 향해 힘을 통제하며 야심과 증오에 따라 행동한다. 
 
카일로 렌이 레이저 불빛의 검을 들고 계단을 내려와 망토와 마스크를 벗고 문을 열자 기자인듯한 사람들은 그를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다음 장면으로 이동하기 전 충격적인 구절이 나온다. “우리 지도자들은 어둠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클레망 세네샬(Clement Senechal) 그린피스 기후정책 대변인은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카일로 렌과 스타워즈 우주를 선택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서였고, 이 영화의 간판스타 덕분에 지구의 온난화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 무기력한 정부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카일로 렌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로 불리고 있지만,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사실상 마크롱 대통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프랑스 정치인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워즈를 모방했지만 이 동영상은 영화와는 달리 매우 심각하다. 산림파괴, 공장의 굴뚝, 탄광과 같은 많은 장면은 기후변화의 슬픈 현실을 관객에게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이 동영상을 통해 지구 붕괴에 저항하는 단체들이 연대를 강화하길 원한다. 
 
프랑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진행하는 환경정책으로는 지구가 종말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오죽했으면 마크롱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악당 중의 악당인 카일로 렌으로 둔갑시켰을까. 극단적인 이 선택에는 더 이상 머뭇거리며 잃어버릴 시간이 없다는 긴장감마저 돈다. 
 
여기서 한국인들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지금처럼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팔장만 끼고 바라만 볼 것인가. 아니면 16세 소녀가 나서서 후세들의 삶을 빼앗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려주길 원하는가.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친구들과 수다 떨며 놀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 한국 국회를 보라. 당리당략에 빠져 선거법 개정만을 놓고 각 당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머릿속에 환경 따윈 크게 자리하고 있지 않다. 그들을 믿다간 지구는 최악을 맞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는 정말 시민이 연대해 액션을 취할 때다. 시민 스스로가 환경운동가가 되어 정치권을 질타하라. 정치권도 악당 카일로 렌으로 묘사돼 코너로 몰리기 전 환경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이 다가오기 전 정치권은 정신 차리고 긴장의 고삐를 조여라.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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