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금피크제 도입해도 개별 동의 없으면 개인 근로 계약이 우선"
김씨, 임금피크제 시행 후 "기존 계약대로 임금 지급" 소송
대법 "집단적 동의를 받았더라도 단체협약·근로계약에 우선할 수 없다"
입력 : 2019-12-05 16:48:22 수정 : 2019-12-05 16:48:2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회사가 취업 규칙을 마련해서 노동조합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근로자 김모씨가 레저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임금피크제가 적합한 절차를 통해 시행됐더라도 개별 동의 없는 근로계약에 우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A사에 2003년부터 재직해온 김씨는 연봉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던 중 2014년 6월 임금피크제 적용을 통보받았다. A사는 앞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노조의 동의를 받아 취업 규칙을 제정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A사는 2014년 10월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김씨는 원래의 계약된 연봉보다 2014년 10월~2015년 6월에는 기존 연봉의 60%, 2015년 7월~2016년 6월에는 기존 연봉의 40%를 받았다.
 
김씨는 "기존 계약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그는 "(본인은) 단체 협약에서 노조원 자격이 없는 자로 정한 1급 직원"이라며 "노조와의 합의 결과인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개인이 동의하지 않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과 기존의 근로계약 중 무엇이 우선 적용돼야 하는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다.
 
1·2심은 "임금피크제와 다른 내용의 취업 규칙상 기존 연봉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기존 연봉제 적용을 배제하고 임금피크제가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 변경을 개별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이 아닌 '취업규칙' 변경의 방식으로 한 경우, 취업규칙 변경에 관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동의하지 않은 개별 근로자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면서 "김씨가 근로 계약을 변경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연봉에 관해서는 기존의 근로 계약이 우선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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