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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탁규제완화, 공은 금융위로
DLF대책 발표후 첫 회동…은성수 "내 소신은 규제완화"
2019-12-02 06:00:00 2019-12-02 08:25:33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은행권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책에 따른 고난도 투자상품 규제 완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밞힘에 따라 규제 완화 여부에 대한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DLF대책 발표 후 시중은행들과 만난 첫 회동자리에서 '규제완화가 소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신탁 판매 규제에 대한 당국의 기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DLF대책 최종안을 내놓기 위해 은행권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며 최종 방안을 막바지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DLF 대책 최종안은 이달 중 나올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신탁 판매 재개 여부다.
 
지난달 14일 금융위는 원금손실률 20% 이상인 사모펀드와 신탁을 고난도 투자상품으로 분류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해당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만약 해당 방안이 현실화하면 은행권은 40조원 규모의 주가연계신탁(ELT) 시장을 잃어버리게 된다.
 
논란의 핵심은 ELT에 대한 정체성이다. 지난달 DLF대책 이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신탁을 (사모와 공모로) 분리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신탁편입 판매를 허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 까닭이다. 다만 공모와 사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금융위는 ELT에 편입된 주가연계증권(ELS)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 이상인 데다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 사모 상품이라고 보고 있지만, 은행권은 투자자 선택권 저해와 손실 위험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5일 금융위에 은행권 입장을 담은 신탁판매 상품 보완책도 전달했다.
 
여기에는 레버리지 ELS상품이나 원자재와 같은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을 ELT에 편입하지 않는 방안과 신탁 상품의 ELT 판매 쏠림 현상을 막고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LT 편입대상 상품을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불완전판매도 막는다는 복안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은행의 불완전 판매 사태를 막기 위해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제한 방침을 들고 나오면서 도대체 어떤 게 판매 가능한 상품 군인지 내부에서도 혼란이 있다"며 "ELT에 담는 지수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담아 건의서로 냈으니 2~3주 후에는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금융위가 은행권의 건의 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모 신탁을 장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은 위원장이 "(은행들이) 신탁 상품이 다 죽는다고 (금융 당국을) 협박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지난 29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초청 CEO 간담회' 강연에서는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소신은 '규제완화'"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은 위원장과 시중은행장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상견례 자리로 DLF대책은 논의하지 않았다. 은 위원장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다른 분들도 함께 자리했기 때문에 DLF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엔 적절하지 않았다"며 "12월 중에 만날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활성화는)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를 제한한 것과는 별개"라며 "신탁은 신탁대로 고민하고,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는 긴 호흡으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은행장들은 신탁 규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날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등은 신탁규제와 관련한 영향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신탁상품 보완책을) 전달했다"며 "이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은행 다른 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발언과 입장 변화에 따라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당국의 제도 개선 방안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나온 (DLF재발방지)대책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시중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허인 KB국민은행 은행장, 박 회장, 은 위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 은행장.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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