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조선업 호실적을 발판 삼아 정기선
HD현대(267250) 회장의 3세 승계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습니다.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며 지주사 지분을 직접 물려받는 ‘정공법’을 택한 가운데, 승계 재원을 뒷받침할 핵심 동력으로는 계열사 호실적에 기반한 지주사의 고배당 정책이 꼽힙니다. 단순한 지배구조와 계열사 재편, 실적 개선이 맞물리며 승계 기반도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1월20일 경기 성남시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조선-해양 산업AI MOU 체결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HD현대에 따르면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보유 중인 HD현대 보통주 280만주(3.54%)를 다음 달 3일 장남인 정 회장에게 증여할 예정입니다. 증여가 마무리되면 정 회장의 지분율은 6.12%에서 9.67%로 높아지며 국민연금공단(7.12%)을 제치고 2대 주주에 오릅니다.
공시가 있었던 4일 종가(20만8500원) 기준 증여 주식 가치는 5838억원 규모로, 정 회장이 부담할 증여세는 3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향후 승계를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세금 재원은 2조원을 웃돌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 이사장이 보유한 남은 지분 23.05%(1821만1330주)를 모두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지분 가치는 3조7971억원에 달합니다. 30억원 초과 자산에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현행법과 최대주주 20% 할증을 고려하면 추가로 필요한 증여세액은 2조2783억원에 이릅니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10년에 걸쳐 나눠 내더라도 매년 2278억원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정기선 회장이 지난 5월13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LNG선 화물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승계 자금을 감당할 핵심 실탄으로는 계열사 호실적에 기반한 지주사 배당이 거론됩니다. 조선 부문은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9270억원, 영업이익 1조6451억원을 기록했고,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도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탄탄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지주사인 HD현대는 2분기 1주당 1300원, 총 918억6896만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으며 하반기에도 고가 선박 건조 물량 확대에 따라 배당 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뿐 아니라 다른 사업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윤활기유와 석유화학 사업 개선에 힘입어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 확대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역시 건설장비 시장 회복과 방산 엔진 판매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계열사 전반의 고른 실적 개선은 정 회장의 경영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승계 작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보통 형제가 많으면 분쟁을 막기 위해 부친이 사업 영역을 나누어 교통정리를 하지만 HD현대는 그럴 필요가 없는 구조”라며 “
한화(000880)의 경우 삼형제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 수순이 가시화돼 사실상 승계 작업이 완료 단계에 접어든 모습인데 HD현대는 이제 시작인 이유”라고 했습니다. 이어 “경영권 확보를 위한 합병이나 신주 발행 등 우회 방식 대신 지주사 지분을 직접 이전하는 정공법 승계를 택했다”며 “기존 지분을 그대로 이전하는 방식이라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훼손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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