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전에 '상품선정위원회' 거쳐야
금융당국, 상품선정위원회 의무화 논의…DLF 제도개선 임박
은행 내규로는 강제력 약해…제재 위한 법적근거 마련
입력 : 2019-11-03 12:00:00 수정 : 2019-11-03 12: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S·DLF)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상품선정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열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상품선정위원회에서는 자산운용사가 제안한 금융상품을 은행 판매 채널에 추가해야하는지를 심의·결정한다. 최근 문제가 된 DLF가 판매되는 과정에서 은행의 상품선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 DLF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다. 당국은 DLF 판매 과정에서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상품선정위원회 구성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 상품선정위원회 운영이 제대로 안된다고 하면 그걸 의무화해 제도화할 수도 있다"며 "법적 근거가 없다면 그걸 법에다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DLF 대규모 손실관련 중간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러한 상품선정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DLF 상품 중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친 것은 1%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DLF 중 일부는 평가를 임의로 조작해 승인받기도 했다.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DLF를 출시하기로 결정하고, DLF 출시를 반대한 담당자를 우호적인 직원으로 교체한 후 상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은행 내규에 따르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은행은 내부적으로 상품선정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자산운용사가 제안한 금융상품을 은행 판매 채널에 추가해야하는지를 심의·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수익률뿐 아니라, 고위험 금융상품의 리스크도 함께 검토한다. 
 
지금도 일부 시중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전에 상품선정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자율적으로 운영하다보니 내부통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관계자는 "일단 은행은 내규상 상품선정위원회를 열어야 되는데, 열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렇게 위원회를 운영해도 되는 것인지, 고위험 금융상품인데 심의를 생략해도 되는 것인지 문제인식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당국은 상품심의위원회가 아무래도 은행 내규이고, 법적근거가 없다보니 내부통제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때문에 제도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당국이 상품선정위원회를 법제화한다고 하면 은행법 등 관련 시행령을 손질해야 한다. '은행법 제34조3 금융사고의 예방' 부문에는 주로 내부통제 준수에 대한 내용이 담겼는데, 상품선정위원회 의무화 방안도 이곳에 시행령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절차는 다소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입법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금융회사와의 논의·협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금융투자 관계기관과 협의해야 하고, 당정협의도 거쳐야 한다. 
 
반면, 당국 내부에서는 은행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사안을 법적으로 의무화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상품선정위원회가 법제화할 만한 대상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은행 스스로 내부통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지, 정부가 너무 개입하면 금융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상품선정위원회 외에도 펀드리콜제, 투자숙려제를 제도화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펀드리콜제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을 경우 고객이 환매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또 투자숙려제도란 상품에 투자한 이후 청약을 철회하고 싶다면, 숙려기간 내 판매사가 정한 절차에 따라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투자숙려제도는 고령층 투자자와 공모펀드에만 허용되고 있는데, 이를 사모펀드와 모든 고위험 상품 투자자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내부통제 사안을 제도화해도 되는 것인지는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자율성도 중요한 쟁점이지만, 은행이 지킬수 없는 제도가 있는 것도 문제이므로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 지난달 1일 DLF관련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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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무릎을 탁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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