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언론 출입금지' 법무부 규정, 시행 전부터 '위헌성 논란'
'오보 기준' 없이 검찰 수장 재량으로 '알권리' 통제...기협, 변협 등 의견조회 때는 '누락'
학계, 법조계 "언론중재위, 언론사건 전담재판부 왜 있겠나...개혁 순수성 의심받을 우려"
입력 : 2019-10-30 23:54:08 수정 : 2019-10-30 23:54:0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무부가 30일 발표한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한 위헌성이 지적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직접 침해할 수 있는 이른바, '독소조항'을 두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합리적 의견수렴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개소환 및 촬영 전면 금지"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은 '내사 사실을 포함해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내용을 원칙적으로 공개 금지하고 공개소환 및 촬영을 전면 금지한다'고 돼 있다. 
 
지금까지는 '국정농단 사건'이나 '사법농단 의혹사건' 등 국가적 단위 사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기업비리 사건, '패스트트랙 사건' 등 각종 권력형 사건, '고유정 전 남편 살인 사건' 잔혹 범죄 등과 관련해 수사 주체인 검찰에 대한 언론 취재가 허용됐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월1일부터 전면 시행
 
그러나 법무부의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에 대한 검찰을 통한 사실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이 규정을 오는 12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보칙으로 정한 '제33조(오보 대응 및 필요한 조치)' 2항이다. 이 항에는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하여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총장, 지검장이 오보 언론 통제
 
문언상 해석에 따르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오보 한 기자와 언론사는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의 장이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수사무마 의혹 보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규정에 따르면, 윤 총장의 판단으로 한겨레신문사의 대검찰청 출입이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오보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전적으로 검찰 수장들에게 오보 판단을 맡긴 부분도 심각한 문제다. 법무부는 이날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을 발표하면서 오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오보 판단 기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수사 중에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검찰의 대응 조치로 ① 진상 확인을 위한 공개 허용, ② 정정보도 청구, ③ 출입제한 등 조치를 두고 있다"면서 "언론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명예를 훼손하는 오보를 실제로 낸 경우에는 인권보호를 위해 출입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규정을 둔 것"이라고만 밝히고 답변을 피했다.
 
법무부가 30일 발표한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중 '오보대응' 규정. 이 규정은 오는 12월1일 전면 시행된다. 사진/규정집 캡쳐
 
법무부 "언론, 변협 등과 충분한 협의"
 
문제는 또 있다. 법무부는 이날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을 발표하면서 "지난 4월부터 '수사공보개선 TF'를 구성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 후, 검찰, 법원, 언론, 대한변협, 경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대검찰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위 규정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사전 의견을 조회했다고 밝힌 언론분야 단체인 한국기자협회가 받은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초안에는 정작 '제33조(오보 대응 및 필요한 조치)'가 빠져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도 "의견 조회가 아닌 통보였다"고 말했다. 대검 측도 부담스럽다며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의견조회를 통해 공개된 초안과 달리 출입제한 등 조치 부분이 추가된 경위는, 의견 수렴을 통해 취합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규정안을 전체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준칙에 있던 오보를 한 언론에 대한 대응조치를 반영하면서 추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각 이해관계 단체에 의견 조회를 한다며 보낸 초안에서는 '오보대응 규정'을 뺀 다음 의견조회가 끝난 다음 의도적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검찰 수장 판단으로 '언론접근 제한' 위험"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법학전문대학원 헌법 교수는 법무부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을 검토한 뒤 "오보대응 규정이 '~하여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로 돼 있기 때문에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권한을 가진 검찰 수장에게 재량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반대해석을 해보면, 검찰 수장의 오보 판단에 따라 언론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고, 그 재량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직접 침해 할 위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헌법학자도 "일단 오보에 대한 기준을 법무부가 명확히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오보대응 규정을 훈령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대한 침해 우려가 있고, 각 검찰수장의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훈령에 따른 오보대응 조치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기대가능성도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오보에 대한 판단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 "어떤 기사나 적시 사실을 오보로 볼 것인지, 오보에 따른 법률효과, 즉 인권침해나 재산상 손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매우 복잡하다. 언론중재위원회 설치와 민사법원 언론사건 전담 재판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숙고 흔적 안 보인다"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실무상 이뤄지고 있는 검찰이나 법원 등의 공보시스템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숙고한 흔적이 없는 것 같다. 검찰 개혁의 순수성이 의심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오수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발표와 함께 "규정 제정으로, 그동안 비판받아 왔던 검찰의 수사관행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알권리가 균형있게 보장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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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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