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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시작…이재용, '미래 신사업' 잘 풀어갈까
디스플레이·반도체·5G 등 주력사업 차질 가능성에 깊어지는 고민
뇌물·횡령액 증가 따라 실형 선고 가능성도 높아져
"국정농단 사건 촉발 후 경영활동 계속 제약돼 아쉽다"
2019-10-27 06:00:00 2019-10-28 07:56:1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이 시작됐다. 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다. 최근 활발히 디스플레이·반도체·5세대(5G) 경영활동을 이어온 이 부회장의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 투입해야 할 물리적 시간과 정신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마친 뒤 향후 대응 전략 수립에 힘쓸 방침이다. 다음 달 22일과 12월6일 연달아 공판이 열리게 되면서 준비 기간은 예상보다 다소 길어졌지만 재판부의 이 부회장을 향한 이례적인 일침이 있었고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불어난 뇌물·횡령액에 따라 입지가 크게 좁아져 이 부회장으로서는 더욱 더 촘촘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서 1·2심 과정에서도 향후 공판 관련해 회의를 거쳐 대책을 수립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선택의 추'가 경영활동에서 파기환송심 대응으로 넘어가면서 최근 이 부회장의 의욕적인 대내외 활동에도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2025년까지 13조원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양자점 물질(QD) 디스플레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의 방향을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QD디스플레이'로 전환하고 'QD'를 기반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겠다는 장기적인 포부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4월에는 메모리 반도체 위주인 현 시스템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 대신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 모두 경쟁업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내세우며 의지를 다졌다.
 
올해 들어서 5G 시대 선점을 위해 활발한 대외활동도 이어왔다. 이 부회장은 5월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본사를 찾아 5G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달과 이달에는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를 방문해 현지 5G 사업을 위한 방안 찾기에 나섰다. 지난달 삼성이 일본 2위 이동통신 업체 KDDI에 5G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도 5G 사업을 바짝 챙긴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삼성이 노키아·에릭슨과 함께 2023년까지 일본에 공급할 전체 장비 규모는 5년간 20억달러(약 2조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 부회장의 청사진은 대법원의 2심 파기환송의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이 부회장에게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앞서 언급한 사업들의 단계별 실행이 아니라 당장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선고 철퇴를 피하는 일이다. 총수가 구속되면 대외 신인도와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큰 타격을 입는 만큼 실형 선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현 상황에서 이전만큼 부담 없이 활발한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부회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경영활동의 제약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재판이 얼마나 더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회장이 재판 앞뒤로 준비하는 시간도 있고 공판 자체를 계속 나가면서 경영활동을 이어나가는 게 제약이 많다"며 "삼성의 총수로서 해야 할 임무가 분명히 있는데 국정농단 사건 촉발 이후 이렇게 계속 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 와중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 말미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게 던진 조언도 '이 부회장 경영활동'이라는 같은 맥을 짚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판 진행·결과와 무관하다는 조건을 붙인 정 부장판사는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 1993년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는 '삼성 신경영' 선언을 했다. 올해 만 51세가 된 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이어야 하느냐"며 재판과 상관 없이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주문하면서도 "삼성그룹 내부에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실효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 구축과 재벌체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동시에 했다.
 
법원이 재판 초기 '피고인'에게 따로 메시지를 밝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발언 의도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재판부가 올바른 경영활동을 주문한 만큼 '피고인'인 이 부회장으로서는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말들로 앞으로 경영활동을 이어가는 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까지 연결 지어 놀랐다. 재판부에서 깊게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겠느냐"며 재판부의 '당부'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발언 해석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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