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뮤지션이 LP 파는 ‘오픈레코드’ "들어 보실래요, 음악?"
지난달 21일 서울 홍대 일대서 열려...'삶 묻은 음악' 사고 팔고
입력 : 2019-10-13 12:01:26 수정 : 2019-10-13 12:01:2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들어 보실래요, 음악?"
 
서울 홍대 인근에서 열린 '제 2회 오픈레코드'. 행사장 내 진열된 턴테이블과 CD 플레이어.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달 21일 낮 2시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 카페 알디프. 투명한 창문을 넘자 쭈볏쭈볏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얼굴에 홍조를 띈 채.
 
"저는 첫 곡 '문득'이 좋던데… 헤드폰 드릴까요?"
 
재생. 아릿한 어쿠스틱 잔향에 코 끝 찡한 새벽 두 시 공기가 느껴졌다. 이별 직후, 여전히 닿을 듯한 상대의 눈동자, 웃음, 향기….
 
진지한 음악의 결을 느끼던 중, 그의 담담한 '자기 고백'이 이어진다.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만다. "전 사실 이 앨범을 만든 김경원이에요. 타이틀곡도 들어보실래요? 제목은 '타이틀곡'이에요."
 
그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자 다른 뮤지션들도 덩달아 동참했다. "이렇게 홍보 하려니 꽤 민망하지만 재밌네요. 이따 공연도 하는데 시간 되면 오세요."
 
'제 2회 오픈레코드' 행사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김경원씨. 그는 영화관, 편의점, 홍보전단지 아르바이트 등의 경험을 살려 붙임성 있게 직접 제작한 CD와 명함을 일일이 돌렸다. 참여 이유를 묻자 "한 분이라도 더 음악을 들어주고 공연을 봐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서"라며 "물론 어색하지만 그것도 뮤지션으로서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묵묵히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이들은 단순 '셀러'는 아니었다. 곡에 꾹꾹 눌러 담은 감정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장'을 열고 있었다. 다소 투박하고 서툰 '영업’이 오히려 그들 음악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레코드로 듣던 음성을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 레코드 너머의 것들로 마음이 울리는 순간. 그곳엔 그들 음악과 닮은 '마음의 교감'이 있었다.
 
저녁 3시 반쯤 알디프를 나와 우측으로 30m 정도 더 걸어봐도 좋았다. 금빛 거대 골든리트리버가 정문을 지킨 카페언플러그드는 흡사 고풍스러운 외국의 레코드 마켓을 연상시켰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CD, LP, 카세트테이프, USB가 역시 투박한 감성으로 매대에 올라 있었다.
 
현직 뮤지션들은 직접 앉아 자신들의 음반을 팔고 사인을 곁들여 줬다. 지하에 꾸려진 소규모 공연장에선 음반 수록곡들을 어쿠스틱 사운드로 느껴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기타 두 대로만 무대를 꾸민 스트릿건즈(철수X규규) 순서는 후회 섞인 삶의 통찰적 가사들이 원곡보다 더 그윽하게 들렸다.
 
'오픈레코드'의 메인 행사들이 주로 열린 카페언플러그드.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알디프, 카페언플러그드에 이은 이날 ‘오픈레코드’ 행사는 클럽 스트레인지프룻 공연으로 밤까지 이어졌다. 국내외 다양한 음악 팬들이 뮤지션들과 섞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음악에 얽힌 자기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이날 대학생 밴드로 행사에 참가한 이기정씨(24)는 밴드음악을 즐기는 이유를 “우리의 삶과 닿아 있고 위로로 다가올 때가 많기 때문”이라 했다.
 
그렇다. 삶에서 건져 올린 음악, 그것을 맞닥뜨리며 얻는 위로. 밤 10시 하세가와 요헤이는 이날의 ‘마지막 주자’였다. 판(LP)을 갈고 세밀하게 음향을 조율하던 순간, 수십개의 눈이 그의 손을 향했다. 레코드 너머를 그리는 삶의 세계, 우리는 미끄러지듯 항해했다.
 
장기하와얼굴들 출신 하세가와 요헤이의 무대.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기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19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사업: 서울라이브' 공연 평가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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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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