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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사서 비친 검언 밀착 관계…"피의사실공표 공범 경쟁"
"속보 경쟁 내몰려 범죄 인식 못할 수도"…"검사 정보 못 받는다는 강박감"
2019-10-11 14:44:31 2019-10-11 14:44:3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경록 차장은 이 인터뷰에서 검찰과 언론이 유착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에서 수사 정보를 흘리고, 언론에서 이를 받아쓰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인 신장식 변호사는 11일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피의사실 공표로 처벌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피의사실공표는 검찰, 경찰과 언론의 유착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기도 전에 압수수색 등 수사 단계에서 여론 재판으로 영장을 받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은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언론은 검찰이 주는 정보를 받아쓰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피의사실 공표를 받기 위해, 공범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는 현장 기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속보 경쟁에 내몰리면서 범죄란 인식 자체를 못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낙종이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성찰할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지낸 이재화 변호사는 이번 녹취록 논란에 대해 "현재 법조 수사와 관련한 기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기자는 객관적 정황과 사정을 고려해 관찰자로서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법조기자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의견을 사실로 전제해서 보는 것"이라며 "판결도 아니므로 수사관 진술이 맞는지 규명해야 하는데, 검사로부터 흘려주는 정보를 못 받는다는 강박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법조기자는 기본적으로 시각 자체가 잘못돼 있다"며 "검사에 반하는 진술은 허위로 인식한다"고 했다. 이어 "자산관리인 진술의 근거를 왜곡해서 언론에 퍼트렸고, 진술을 근거 없이 불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릴레오' 제작진은 지난 1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이 김 차장을 인터뷰한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유 이사장은 3일 김 차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고, 김 차장의 동의를 받아 녹취를 진행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 차장은 "(조국 장관을)제가 3번, 4번 총 만났다. 2014년부터 항상 그 말씀은 했다. '정경심 교수 잘 도와줘서 고맙다'고 검찰에 진술을 했다"며 "제가 이제 그 키워드를 얘길 하면 기자들이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피의자 신분이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전화를 안 받는다"며 "그러면 몇 번 하다가 전화를 안 받으면 검찰에서 나오는 키워드 하나 가지고 기사를 써야 되는데, 첫 번째 쓴 사람이 기사를 쓰면 두 번째, 세 번째는 그걸 아예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추가로 쓰는데, 나중 되니까 'PC 교체해줘서 고맙다'는 기사가 돼버리더라"고 밝혔다.
 
특히 김 차장은 유 이사장과 만나기에 앞서 진행한 KBS와의 인터뷰 사실을 검찰이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KBS에서 인터뷰를 하고 들어왔는데, 그 인터뷰를 한 내용이 검사 컴퓨터 대화창에 'KBS랑 인터뷰할 때 털어놔. 무슨 얘기 했는지,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쫓아갔대, 털어봐'란 그런 내용을 우연찮게 보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니까 언론하고 검찰은 매우 밀접, 특히 법조 출입 기자들이 먹고사는 게 서로 상호협조하는 거니까 이 사람들이 무리한 수사를 하건, 내 인권이 탄압이 되건 어떻게든 검찰이 수사하는 거에 막 반응을 불러일으켜 줘서 자신감 있게 본인들의 생각을 확정적으로 가지고 나가게끔 만들어주는구나. 구조가 그렇게 돼 있구나"라며 "그걸 제가 말을 할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KBS가 검찰이 알 수 있게 흘렸다"고 주장했다.
 
KBS는 "취재원의 인터뷰 내용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KBS는 "인터뷰 직후 김 차장의 주장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검찰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적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일부라도 문구 그대로 문의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도 검찰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실제 인터뷰에서도 '조국 장관이 집으로 찾아왔다'는 식의 질문도 답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알릴레오' 방송이 나간 당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조사에서 김 차장이 '인터뷰를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다수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재단이 김 차장과의 녹취록과 함께 공개한 김 차장이 유 이사장에게 보낸 메시지는 인터뷰 내용에 후회가 없고, 언론과 검찰의 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에 만족한다. 편집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가 응원하는 개별 검찰들의 응원 메시지까지 매우 만족했다. 진실은 밝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세 번째 검찰 조사 받고 있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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