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자전거도로 확대보다 시민안전이 먼저다
입력 : 2019-09-17 06:00:00 수정 : 2019-09-17 09:08:06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로·교통 정책을 수립할 때 보행과 자전거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서울을 '자전거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7월 중남미 순방에서 차도를 축소하고, 차도와 분리된 상태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고속도로(CRT)를 설치하겠다는 구상계획도 공언했다. CRT는 차량·보행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돼 캐노피형, 튜브형, 그린카펫형 등 지역 특성에 맞게 구축하는 것이 특징다. 이와 함께 한강 자전거 길을 중심으로 한 동서축에 의존한 자전거 간선망에 남북측을 더해 막힘이 없는 자전거도로를 구축하겠다고 제시했다. 
 
자전거도로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현재 서울 시내 설치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안전 대책이 더 시급해 보인다. 특히 자전거와 자동차가 한 도로를 사용하면서 자전거에 우선권을 주는 자전거 우선도로의 경우 사고 위험성은 더 높다. 청계천변 남측도로(청계7가~청계광장)에는 주말 전용 자전거우선도로가 있는데, 차선도 적고 차량통행이 많아 자전거 통행이 힘들다. 특히 동대문 종합시장과 청계천 주변 상가가 위치해 오토바이가 자전거도로에 불법 주정차하는 일도 빈번하다. 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해 1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동대문종합시장과 청계천 주변에서 이륜자동차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또, 가장 안쪽에 설치된 자전거우선도로 바로 옆에 좌회전 차로를 만들어 직진으로 주행하는 자전거와 좌회전하는 차량의 충돌 위험도 큰 상황이다. 
 
바깥 차선 끝쪽에 만들어진 폭 1.5m의 자전거전용도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개통한 세종대로 교차로~종로 6가 2.6km 구간에서는 택시나 버스가 승하차를 위해 자전거 통행을 가로막는 일이 잦았다. 일부 구간에만 분리대가 설치돼 있어 오토바이가 버젓이 통행하기도 했다. 7월 한 달 동안 여의도·종로에서 자전거도로에 침범한 차량 건수는 1178건에 달한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이 뒤에 있어 패쇄회로(CC)TV 인식이 안 되고, 시민신고가 없으면 적발이 힘들어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자전거 운전자에게 친화적인 시스템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프라만 확대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차량 통제 억제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도로만 줄인다면 교통체증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지형적으로 평지가 많은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언덕이 많은 점, 막대한 CRT 건설비용 부담 등도 숙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홍연 사회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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