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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성추행' 전 조선일보 기자 무죄(종합)
"윤지오 진술 신빙성 의심…유죄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워"
2019-08-22 18:24:27 2019-08-23 10:24:17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고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판사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혐의를 벗었다.
 
조씨는 20088월 모 가라오케에서 열린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생일파티에서 장씨를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2009년 검찰에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지난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시작된 재수사를 통해 10년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유일한 증거 '윤지오 진술'
 
조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그 자리에 참석한 윤지오(본명 윤애영)씨 진술이 유일했다. 윤씨는 조씨가 당시 테이블에서 춤추던 장씨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후 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동석한 김씨나 변모·이모씨 및 조씨 등은 부인해왔다.
 
그러나 윤씨 진술은 2009년 장씨 사후 '장자연 리스트'가 불거진 직후 경찰 조사 당시부터 수차례 신빙성에 의심을 받았다. 윤씨가 당초 가해자에 대해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문사 대표'라고 진술한 뒤 모 언론사 대표를 지목하다 갑자기 조씨로 변경한 데다, 진술 내용이 경찰 조사와 검찰 수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바뀌어왔기 때문이다.
 
윤씨는 사건 당일 조씨를 신문사 대표로 소개받아 집에 있는 명함 중 모 언론사 대표의 명함을 보고 착각했으나, 나중에 경찰이 보여준 조사 영상을 보고 그가 아닌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 뒤론 줄곧 조씨를 가해자로 지목해왔다.
 
법원 판단 "조씨 범행 가능성 있다"
 
재판부는 조씨가 고 장씨를 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 언론사 대표가 의심을 받던 무렵 조씨도 참고인 진술을 하면서 처음엔 '사건 당시 파티에 그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가 경찰관으로부터 '윤씨가 그를 지목했다'는 사실을 듣자, 어떤 이유에선지 조씨도 '그가 참석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언급했다. 또 "2차 진술에선 구체적으로 '장씨가 그 대표 쪽으로 넘어졌다'고 진술했다"면서 "이와 같이 진술한 이유를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찌됐든 조씨는 그날 파티에 참석했고 장씨가 흥을 돋우기 위해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춘 사실이 인정된다""윤씨가 어쨌든 피해자가 누군가로부터 추행당한 사실을 진술했고, 모 언론사 대표에서 조씨로 바뀌긴 했지만 처음부터 조씨를 염두에 두고 진술했을 사정들이 인정된다"고 했다. "윤씨가 영상을 보고 언론사 대표가 아니라고 진술한 뒤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줄곧 조씨를 지목했다""조씨도 조사받을 당시 언론사 대표가 참석한 적 없음에도 참석했다고 진술해 책임 회피를 시도한 정황을 보면 조씨가 장씨를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배우 윤지오씨가 지난 3월15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지오 진술 신빙성 의심"
 
그러나 재판부는 윤씨 진술의 신빙성도 의심했다. 재판부는 "그날 갔던 사람은 김씨와 변·이씨, 조씨 딱 4명이고 윤씨는 조씨와 이씨는 그날 처음 봤는데, 조씨와는 (가라오케에 가기 전) 1차 파티에서 2시간을 같이 했기에 안면이 있는 상태였다""변씨는 54, 이씨는 53세인데 조씨는 38세로 나이차가 12~15살 정도까지 차이 나고 변씨는 키가 168 센티미터, 이씨는 더 작고 조씨는 177 센티미터로 키도 차이가 난다"고 당시 상황을 짚었다. 이어 "구체적으론 누군지 몰랐더라도 면전에서 목격한 추행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그로부터 7개월 뒤 이뤄진 경찰진술 당시 가해자를 정확히 특정은 못하더라도 '제일 젊고 키 큰 사람이 추행했다'고 진술했을 수 있는데, 그와 달리 '50대에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문사 사장'이라고 한 부분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5회 경찰 조사에서야 영상을 보고 가해자를 변경했는데 모 대표는 언론사 대표여서 누구든지 사진을 스스로 구할 수 있고 경찰도 언론사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상황에서 그때까지 윤씨도 경찰도 전부 그를 추행범으로 알고 절차를 진행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씨가 5회 진술을 할 무렵엔 이미 그의 알리바이가 입증돼서 범인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걸 윤씨도 이미 알았다""조씨가 파티에 참석했고 신문사에 근무한 걸 알게 돼서 조씨를 지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씨 항변 인정"
 
아울러 재판부는 "당시 술자리는 접대자리가 아니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이고 조씨가 기자를 지낸 뒤 총선에 출마했고 모 기업 상무로 재직하던 중이어서 사회적 지위를 가졌지만, 당시 참석한 변씨와 이씨는 나이도 많고 이씨는 조씨가 근무하던 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당시 6500억원 정도 규모 사업체를 운영한 사람"이라면서 "조씨는 그날 이씨를 처음 소개받는 자리라서 주의를 기울였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조씨 측 항변을 인정했다.
 
"당시 추행이 있었다면 아마도 최소한 강하게 항의 받고 파티가 끝나야 하는데 윤씨 진술에 의하면 윤씨가 나가서 노래하는 등 1시간 이상 사태가 계속됐다""당시 가라오케 안에는 연주해주는 직원도 있었고 공개된 장소였던 점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여러 정황들과 조씨 진술 내용을 살펴보면 파티 참석자인 나머지 변·이씨, 김씨 등이 모두 당시 추행이 없거나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는 데 모의했다는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내용을 종합해 "과거 검찰 스스로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믿기 어려워 피고인을 무혐의 처분한 후 추가 증거를 발견하거나 하지 않은 정황을 받아들이면 윤씨 진술만으론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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