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한국 사회 현재를 묻다
메르스·세월호 사태 보며 "기본적 삶 보호해주는 사회인가" 질문
여성에서 노인, 장애, 아동으로 관점 확장…"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 담았다"
입력 : 2019-05-30 18:00:00 수정 : 2019-05-30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12년 이후로 줄곧 제 스스로나 한국 사회가 문제를 잘못 풀어가고 있다는 공포감이 들었어요."
 
조남주 작가는 신작 장편 '사하맨션'을 우리 사회에 대한 나름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메르스, 세월호 사태를 보며 "기본적인 삶을 보호해주는 사회인가" 떠올렸고, 비주류에 속한 이들이 "주류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소설 속) 제가 갖고 있던 가장 큰 질문의 줄기라 한다면 '그래서 우리는 퇴보하고 있는가?'입니다. '잘못돼 가고 있는가' 혹은 '이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입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그가 말했다.
 
'사하맨션'은 기업 인수로 탄생한 가상의 도시국가와 그 안에 있는 기묘하고 퇴락한 공동 주택을 배경으로 한다. 국가 시스템 밖에 놓인 이 곳에는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 등 온갖 비주류 사람들이 콜라주처럼 엉켜 있다.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온 할머니,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없었던 사라, 엄마의 추락사를 둔갑시킨 사장을 죽인 도경…. 자본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디스토피아적 관점으로 그려진다. "주류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 흔히 비주류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이들이 함께 맨션에 사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사하맨션'의 '사하'는 러시아 극동 연방지구 북부에 있는 사하공화국에서 따왔다. 우리나라의 30배 규모에 달하는 지역으로, 연교차가 100℃에 달하지만 전 세계 광물의 50%가 매장된 곳. 저자는 "이렇게 살기 힘들고 추운 지역에 다이아몬드가 매장돼 있다고 한다"며 "그런 은유를 조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했다.
 
실제 모티프가 된 장소 중 하나는 옛 영국령 홍콩에 존재한 중국 영토 구룡성채다. 영국령 내 중국 영토일 때도 홍콩과 중국 양쪽의 주권이 미치지 못한 특수 지역이었다.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는 이들이 몰래 숨어 사는 공간을 설정했어요. 2차 대전 후 난민들이 이 곳에 자꾸 모여들어 불법증축을 했다고 해요.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보면서 버림 받은 이들이 실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구나, 알게 됐어요."
 
패배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인물들은 마지막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주거와 노동, 교육, 보건, 의료 시스템을 자족적으로 해결하며 하나의 완벽한 세계를 건축한다. 연대하며 다이아몬드 같은 희망을 본다. 그는 "구룡성채 내부에서도 난민들끼리 전기를 끌어다 쓰고, 미용실이나 병원을 갖추고, 치안까지 돌봤다고 한다"며 "그런 공동체 모습을 10분의1 정도의 크기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조그마한 변화들로 우리는 조금씩 나아간다"며 "역사는 그렇게 진보한다고 믿는 사람이기에 그 얘기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시공간 미상의 지역을 배경 삼은 이유는 '한국 사회를 낯설게 보기 위함'이다.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보고자 했다. "제가 보는 부조리한 부분과 생각들이 다른 시공에선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비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결국 우리 한국사회의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의 이야기를 쓰려 노력했어요."
 
'사하맨션'은 탈고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2016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 보다 먼저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2012년 3월부터 첫 원고를 썼다.
 
'82년생 김지영'이 미리 주제를 잡고 자료를 조사해 논리적으로 접근했다면, 이번에는 2012년 3월부터 그때 그때의 질문들과 갖고 있던 생각들을 적어 가듯 썼다. "'82년생 김지영'은 밑그림을 그려놓고 차분하게 색칠을 해나갔던 소설"이라면 "'사하맨션'은 계속해서 덧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한 소설"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어떤 결말을 계획하지 않았다"며 "마무리 하고 보니 '오답노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의 문제 의식을 잇는 페미니즘도 염두에 뒀다. 낙태와 경력단절(경단) 등 고민을 안은 여성들이 전면에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보육 문제를 해결하는 노년의 여성들도 그려져 있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소설이라는 것이 역할을 할 수 있구나 깨달았어요. '김지영'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독자분들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덧대면서 완성됐다고 느꼈거든요. 이번 소설에서도 첨삭과 의견 덧붙임으로 무언가를 발견하고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는 작가 조남주. 사진/민음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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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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