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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의 특별한 형제’ 신하균 “장애 바라본 시선 때문이었다”
“‘전신마비’ 지체장애인 연기, 쉬운 줄 알았지만 정말 고생했다”
“장애? 그저 몸만 못 움직인 비장애인, 똑같은 욕망 감정 집중”
2019-04-28 00:00:00 2019-04-2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신하균의 장르 행보는 한 가지로 규정되기 힘든 모양새였다. 1990년대 충무로 최고 이야기꾼 장진 사단의 중심으로 데뷔한 그는 코미디와 휴머니즘의 한 복판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펼쳐갔다. 사실 별다른 휴식기간도 없이 데뷔 이후 20년의 시간을 달려왔다. 영화와 드라마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주인공부터 특별출연 등 비중을 가리지 않았다. 우스꽝스런 코미디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까지 그에겐 장애물이 없었다. 손이 가는 데로 마음이 전하는 데로 시선이 바라보는 데로. 신하균의 필모그래피는 그렇게 쌓여왔다. 그래서 가장 최근작 바람바람바람의 코미디와 극한직업속 코믹한 악역의 모습은 특별한 연기 변신이란 코드를 대입하기 힘든 이유였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나의 특별한 형제출연도 파격적 변신이란 단어 자체가 그에겐 무리라고 단언해 보자. 목 아래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지체 장애인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유머스러운 성격은 신하균의 필모그래피 행보와 기묘한 일치감을 보인다. 휴머니즈즘의 색깔을 대입하자면 신하균의 익숙한 행보가 될 것이다. 캐릭터 자체의 구별점을 들이 민다면 또 다른 신하균이 된다. 물론 그 어떤 것이라도 신하균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그게 배우 신하균이다.
 
배우 신하균. 사진/NEW
 
나의 특별한 형제는 두 주인공이 장애를 갖고 있다. 신하균이 연기한 세하는 목 아래는 털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지체 장애인이다. 그와 함께 하는 동구’(이광수)는 지능이 5세 수준인 발달 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머리가 되고 몸이 된 채 한 몸으로서 지낸다. 그 모습이 눈물겹고 인간승리로 비춰지지 않는다. 그저 우리처럼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일 뿐이다.
 
맞아요. 그런 시선이 너무 좋았어요.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평범했어요.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가 있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그런 색깔의 얘기가 아니란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죠. 장애가 있던 비장애인이던 똑 같은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시나리오에서부터 느껴졌어요. 전체적인 이야기의 시선과 색깔이 너무 마음에 드니 인물이 보였죠. 세하란 인물에 대한 도전 욕구가 커졌죠.”
 
신하균이 연기한 세하는 앞서 두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목 아래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자신을 장애인처럼 생각하고 장애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사실 신하균이 연기한 세하, 이광수가 연기한 동구도 모두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생존해 있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기에 그들의 모습에서 인물을 만들어야 했을까. 신하균의 접근법이 궁금했고, 영화 속 인물의 모습이 독특했다.
 
배우 신하균. 사진/NEW
 
우선 실존 인물 두 분은 만나 뵌 적은 없었어요. 얼마 전 VIP시사회에 제가 연기했던 세하의 모델이신 최승규씨가 직접 오셨어요. 그때 처음 인사를 드렸죠. 정말 되게 유쾌하시더라고요(웃음). 전 영화에서 세하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캐릭터에 접근하지 않았어요. 그냥 비장애인인데 몸만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똑 같은 욕망과 감정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니까.”
 
그의 말처럼 그저 안 움직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캐릭터는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단다. 머리와 신체가 본능적으로 따로 움직이는 탓에 수 차례 NG를 내기도 했다고. 더군다나 몸을 움직이면 안되기에 모든 감정 표현이 얼굴 하나로만 전해져야 했다. 나중에는 얼굴 근육에 경련까지 일어날 정도로 고충도 있었다고. 물론 영화에서 등장한 입으로 움직이는 전동 휠체어는 비밀이 있었다고.
 
“(웃음) 이게 그냥 안 움직이면 되겠지라고 접근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그냥 온 몸에 힘을 빼고 축 늘어트리고 앉아 있었는데. 나중에는 의식적으로 몸이 조금씩 움직여지는 거죠. 모니터링을 해보면 조금씩 움직이고. 쉽지 않더라고요. 목 위로만 움직이면서 표현해야 하니 육체적으론 더 힘들었죠. 법정 장면에선 시나리오 지문에 목을 억지로 돌린다란 지문도 있었으니. 뭐 나중에는 적응하니 또 잘 되더라고요. 하하하. , 그리고 휠체어는 사실 제가 한 게 아니라 리모컨으로 스태프분이 조종해 주신거에요(웃음)”
 
배우 신하균. 사진/NEW
 
워낙 특이한 조건을 가진 캐릭터이기에 참고한 자료나 영화가 궁금했다. 몸 전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영화 전체의 스토리를 거의 홀로 끌어가야 한다. 더욱이 이 영화에서 신하균이 맡은 인물은 실존 인물이 있다.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면 시나리오 자체의 내용을 통해 새롭게 구상하고 창조하면 되지만 이번 영화 속 인물은 실존한 인물이었다.
 
감독님도 그랬고 저도 그랬고. 우리 영화만의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자는 것에 동의했어요. 세하의 실제 모델인 최승규씨도 그래서 시사회에서 처음 만났어요. 촬영 전에는 감독님만 여러 차례 만나셨죠. 우리의 얘기가 관객들에게 가장 잘 전달되자면 실존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분들의 삶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드려야 한다고 봤어요. 전 제가 할 몫에만 집중했어요.”
 
장애란 소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현실의 문제와 맞닿은 지점도 상당히 많았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최근 이슈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장애인등급제 폐지문제다. 여기에 장애인 자립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영화에 직접적으로 거론될 경우 눈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다수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만 의외로 영화는 유머스럽게 처리해 나간다.
 
배우 신하균. 사진/NEW
 
원래 제목은 특급 형제였어요. 장애 등급을 나눠서 세하와 동구를 갈라 놓는 얘기를 비판하는 건데 촬영 전 장애등급제 폐지가 확정되면서 제목이 변경됐죠. 장애인 자립 문제도 나오긴 했어요. 편집이 됐죠. 원래 편집된 장면에선 세하가 나중에 사회복지사가 되서 강연도 하고 상담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로 생활을 하죠. 실제 최승규씨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시고. 영화의 분량과 메시지 차원에서 편집이 된 것 같아요. 이런 모든 걸 감동이 아닌 절제로 풀어간 게 전 맞다고 봐요. 감독님도 그렇게 처음부터 생각하셨고.”
 
개봉 전부터 가장 주목된 부분은 극중 세하의 동생으로 나오는 동구를 연기한 배우 이광수에 대한 관심이었다. 엄연히 배우이지만 예능인 색깔이 강한 이광수의 존재감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우려가 사실 더 컸다. 물론 언론 시사회 이후 이광수에 대한 호평은 쏟아졌다.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연기는 선배 신하균의 눈에도 확연하게 들어왔다.
 
전 확실하게 말하자면 이번 영화로 이광수에게 반했어요. 저 역시 이 영화 이전까지는 이광수에게서 느껴지는 예능 이미지가 어떻게 작용할까 우려를 했죠. 그런데 현장에서의 이광수는 정말 달랐어요. 집중력과 몰입이 정말 엄청난 배우였어요. 인물에 접근하는 태도와 진정성 그리고 준비성이 남달랐죠. 영화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동구 캐릭터가 발달 장애를 갖고 있기에 잘못하면 우리 영화의 정체성인 코미디와 섞여서 희화화 될 가능성이 아주 컸어요. 그런데 전혀 그런 게 없었잖아요. 오롯이 감정에만 집중했어요. 선을 넘을 수 있는 지점에서도 오히려 자신이 누르더라고요. 이번 영화로 이광수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길 바랍니다.”
 
배우 신하균. 사진/NEW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한 이후 2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대작 영화에도 출연했고 초저예산 독립영화에도 출연해 왔다. 최근 들어선 중저예산 영화에 집중한다.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충무로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신하균 정도의 존재감이라면 선택의 요소가 다양할 듯 싶었다. 물론 신하균은 규모의 영화에 대한 갈망은 자신의 색깔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블록버스터? 하면 좋죠. 하지만 갈망은 없어요. 전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나한테도 또 관객들한테도 어떤 용기를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 작품을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모든 것에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런 게 확실해 지면 전 어떤 작품이라도 좋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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