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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심근경색' 버스기사, 대기시간 있어도 업무상 사망"
"대기시간 전부, 온전한 휴식시간이라고 보기 어려워"
2019-04-28 09:00:00 2019-04-28 0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전세버스 운전기사가 휴무 없이 20일 가까이 근무하던 중 돌연사 한 경우, 중간중간 운전 없이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휴식으로 볼 수 없어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세버스 운전기사로 근무 중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김모씨 아내 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들의 안전 및 교통사고의 방지를 위해 긴장하고 집중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망인은 전세버스 수요의 갑작스러운 증가로 사망 전날까지 19일 동안 휴무 없이 계속 근무했다"며 "사망 전날부터 1주일간은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인 47시간 7분을 크게 상회하는 72시간이나 근무하는 등으로 업무상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함으로써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망인의 근무시간에 대기시간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휴게실이 아닌 차량 또는 주차장에서 대기해야 하고, 승객들의 일정을 따르다 보니 대기시간도 규칙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시간 전부가 온전한 휴식시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망인은 사망 전날 전세버스 운전이 아닌 셔틀버스를 운전했는데, 두 업무는 운행 주기·운행구간·승객의 승·하차 빈도 등에 큰 차이가 있었을 뿐 아니라 망인이 야간근무 3시간 30분을 포함해 15시간 넘게 운전하고, 사망 당일 오전 1시30분경 귀가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오전 8시경에 출근해 버스를 세차하던 중 쓰러져 사망에 이른 일련의 과정에 비춰 볼 때, 업무내용이나 업무강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발병 당시에 업무로 인한 피로가 급격하게 누적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망인이 수행한 운전 업무 이외에 달리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61세인 망인의 나이·흡연습관 등 망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다른 위험인자를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운전업무로 단기간에 가중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의 급성심근경색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5년 10월 배차 받은 버스를 세차하다가 오전 8시30분경 쓰려져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약 한 시간 뒤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진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에게 사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고, 사망 전 1주일 이내에 망인의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했으나, 자율성이 높고 업무 강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이에 진씨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망인은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47시간 7분,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24시간 51분을 각 근무했다"며 "업무 수행 전·후 차량 점검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업무 특성상 장시간 대기시간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또는 만성과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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