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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금감원 권고에도 고객 결제일 변경 안해 비용 절감 '톡톡'
하루 단축시 연간 약 200억 이자비용 절감효과
금감원 약관심사 허점 이용해 결제일 4년 넘게 유지
일부 "이익 보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손실 인력감축으로 전가"
2019-04-25 06:00:00 2019-04-25 11:28:22
[뉴스토마토 최진영 기자] 현대카드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무시한 채 타 카드사보다 짧은 결제기간을 유지해 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현대카드의 결제일을 확대할 것을 권고 했지만 현대카드는 약관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수백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카드사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 금융당국의 규제를 준수해왔지만 현대카드만 이득을 보는 불공평한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더욱이 수년간 이같은 이익을 챙기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한 대책으로 인력감축 등을 실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현대카드에게 신용공여기간을 업계 평균 수준인 13일 이상으로 변경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대카드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세부 추진 계획 중 하나로 2015년 3월 금감원이 전체 카드사 실무자와 회의를 가지며 불합리한 영업관행 개선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현대카드는 신용공여기간을 12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KB·우리·롯데·신한카드가 14일이며 삼성·하나·비씨가 13일로 다른 카드사들은 당국의 권고를 따르고 있다.
 
신용공여기간이란 예를 들어 고객이 결제일을 매달 14일로 지정했을때 전월1일부터 전월말일까지의 기간에 이용한 대금을 지정일에 납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때 최소 신용공여기간은 14일이다. 매달마다 최대 신용공여기간은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통상 신용공여기간은 최소 신용공여기간을 지칭한다.
 
현대카드는 권고를 따르지 않고 4년 넘게 타 카드사보다 짧은 신용공여기간을 유지해오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공여기간을 1일 축소할 경우 연간 약 160억~200억원의 자금조달비용이 줄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2016년 6월에 내놓은 개선방안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신용공여기간 13일 미만 축소 제한 기준을 표준약관에 넣지 않았다. 표준약관은 개별 카드사들이 작성하는 개별약관의 토대가 된다. 표준약관에 신용공여기간 기준을 명시하면 카드사들은 이를 따르게 된다.
 
금감원은 신용공여기간 기준을 표준약관에 명시하는 대신 카드사가 신용공여기간을 13일 미만으로 변경해 개별약관 심사를 요청할 경우 통과시켜주지 않는 정책을 택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개선방안이 발표된 이후 한 차례도 개별약관 변경신청을 하지 않았다. 금감원 정책의 허점을 이용해 그간 상품심사를 위한 상품약관만을 심사 받았다. 상품약관에는 신용공여기간 기준이 담겨있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표준약관에 기준을 정해놓으면 14일 이상으로 설정한 카드사나 15일 넘기는 저축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줄이려고 들 것이 분명하다"며 "그런 이유로 당시에 약관심사에 반영하는 것으로 정책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현대카드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 타 금융사들이 꾸준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개선방안 발표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관리가 소홀한 것이 아니었는지 묻는 기자에 질문에는 “회의를 통한 금융사에 대한 권고와 보도자료 배포보다 정확한 것이 있겠는가. 현대카드가 말을 듣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현대카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2015년 당시 금감원과 신용공여기간을 두고 실무자간 회의를 벌인 것을 맞다”며 “하지만 13일 이상으로 변경하지 않는 대신 현행 12일에서 낮추지 않기로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용공여기간 축소에 수반되는 전산작업과 고객 혼란을 고려하면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라며 "우선 내부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카드에서 말하는 협의가 담긴 기록은 없으며 구두로만 협의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금감원과 현대카드가 설왕설래하는 동안 타 카드사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카드업계가 가맹점수수료 인하의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신용공여기간 13일 미만 축소가 허용된 카드사는 한 곳도 없다. 전면에서는 카드업계의 전반적인 어려움에 동감하면서 타 카드사들이 고객편의를 위해 준수해온 기준을 현대카드만 수익적으로 혜택을 받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해 가장 비판을 날을 세우면서 비용 보전 방안으로 인력감축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같은 핑계로 지난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200명이 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대카드의 이같은 모습에 일부 카드사들은 신용공여기간을 줄여 비용절감에 나서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신용공여기간을 8월부터 14일에 13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이 허용치를 넘어서지는 않는 모양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타사와 맞추려고 조정하는 의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눈치를 보고 있는 타 카드사들은 당장 신용공여기간 축소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현대카드만 제도밖에 머무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공여기간 축소는 카드사 경영개선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단골 대책이다.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모든 카드사들이 논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만지작 거리기만 하는 대책을 현대카드는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현대카드는 금감원의 권고를 무시한 채 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제28회 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자신의 경영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진영 기자 daedoo053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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