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나의 특별한 형제’의 흔한 시선이 고맙다
‘태어났으면 최선 다해 살아야 한다’ 주제 의식 ‘명확’
장애-비 장애, 구분 없이 삶에 대한 행복 묻는 시선
2019-04-19 00:00:00 2019-04-1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살았단 것을 알게 됐다. 우선 자기 고백부터 해야 할 듯싶다. 이 영화 한 편이 어떤 사회적 큰 의미를 주는 반향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내 가치 판단의 근거를 흔들어 버린 지점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난 발달 장애아를 키우는 아빠다. 올해 11세의 아들을 키우며 슬프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난 그 11년의 시간 동안 한 가지를 잊고 살았다. 잊고 살아온 게 아니다.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내 아들의 삶이 불쌍하다고만 무의식 중에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아빠인 나 자신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와 비장애가 아닌 장애와 일반의 또 다른 흑백 논리로만 사람을 바라본다. 장애가 틀림이 아닌 다름이란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처럼.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이미 알고 있지만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드는 그 당연한 것을 건드려 준다. 태생적으로 보살핌과 측은함을 뒤집어 쓰고 있는 장애를 오히려 유쾌하고 즐겁고 또 다른 행복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조금 불편하지만 그게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고.
 
 
사람은 태어났으면 잘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건 장애를 갖고 있던 비장애인이던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세상은 꼭 그래야 된다. ‘나의 특별한 형제속 세상은 그런 세상을 바라본다. 머리 아래로 온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세하(신하균)와 발달 장애인 5세 지능의 동구(이광수)가 살고 있는 보육원 이름이 그래서 책임의 집이다. 이 공간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그 세상이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 받는 세상이며 공간이고 삶이 있는 곳이다. 그 공간에서 사는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틀림이라 손가락질 받고 버림 받은 삶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곳에서 틀림이 아닌 다름같음으로 받아들이며 어울려 사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가슴 속에 누구도 모르는 상처를 안고 있지만 같음이란 약을 바르며 그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가 죽고 친척에게 버림 받은 세하, 아들의 장애를 비관해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은 동구도 그 여러 삶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그 안에선 살아가야 할 책임을 지닌 채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자신들을 보살펴 주던 신부님이 먼저 하늘로 떠났다. 친척에게 버림 받고 친엄마에게 버림 받은 동구는 두렵다. 또 다시 버림을 받아 버린 것이다. 이제 그들은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자립의 책임을 위해 책임의 집을 꾸려가야 할 계획을 세운다. 발달장애인들이 대부분인 이 곳에서 세하는 그렇게 그들을 대신해 머리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상과 다른 그들을 세상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책임의 집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다. 관련 법에 따라 지체 장애인 세하와 발달 장애인 동구를 포함한 책임의 집식구들은 서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다.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경제 활동을 할 능력 자체가 안 된다. 세하의 대학 후배이자 관할 구청 공무원인 친한 형(박철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세상이 그들을 구분해 놓은 시선은 법이란 잣대로 또 한 번 강제 이별을 요구한다. 세상은 그들의 일상을 원하지 않는 눈치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NEW
 
세하는 자신의 장기인 머리를 활용한다. 진학과 취업에 필요한 봉사 활동 기록을 조작해주고 돈을 번다. ‘책임의 집을 유지하려는 불가분의 방법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와중에 동구의 능력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좋아한 동구다. 동구가 다니던 수영장의 수영대회에 우여곡절 끝에 출전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된 동구다. 대회 우승상금이 세하의 눈에 들어온다. 세하는 동구와 친하게 지내던 수영장 알바 미현(이솜)에게 계약을 제의한다. 동구의 개인코치를 부탁한다. 우승 상금 배분도 계약에 포함돼 있다. 동구가 우승을 하면 상금을 통해 책임의 집을 지킬 수 있다. 동생들과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 고시원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미현에게도 일석이조다. 큰 돈도 손에 쥘 수 있다. 장애인 봉사 스펙까지 더해 체육공단 취직도 할 수 있다. 이제 세하와 동구 미현은 한 마음이 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사건이 터진다. 어릴 적 동구를 버린 엄마가 찾아온다. 세하에겐 둘 도 없는 동생이자 자신의 몸과도 같은 동구를 다시 데려가려 한다. 동구는 혼란스럽다. 세하는 불안하다. 세상은 모정에 동정을 전한다. 세하와 동구는 가족이다. 하지만 가족이 아니다. 미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세상의 잣대에서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장애는 틀림일까 다름일까. 동구에게는 엄마가 필요할까. 세하에겐 동구가 필요한 것일까. 엄마는 왜 지금에서야 동구에게 모정을 드러내고 양육권을 주장하는 것일까. 성인이 된 동구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 모든 질문과 의문과 수 많은 는 지금의 세상이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경계이다. 그 보이지 않는 선은 틀림인지 다름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세상의 통념에서 그들은 그저 보호 받고 측은함을 강요 받아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그저 그들은 행복하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NEW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들은 세하와 동구의 특별한 관계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조금만 더 시선을 돌려보면 특별한 형제들은 세하와 동구의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서 바라보는 미현의 시선으로 풀어간다. 결국 미현의 눈에 세하와 동구는 특별한 형제. 그리고 나의는 세하의 나의도 동구의 나의도 아닌 미현의 나의가 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관객들 각각의 나의가 되며 관객들 각각의 특별한 형제가 된다. 그들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하지 않은 그 버림 속에서 특별한 가족을 만나게 됐고, 그 관계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삶이다. 그들에게서 행복을 빼앗을 권리는 네게도 내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없다. 누구에게도 없다. 단지 그들은 태어났으니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갈 책임만 갖고 있다. 그 책임에 최선을 다하려는 이 특별한 형제들의 모습은 우리가 세상이 틀림이라고 구분한 그 시선이 진짜 틀렸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특별한 것은 이 영화가 취하는 시선이다. 장애가 힘들고 불행하다는 시선을 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장애를 개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동구는 머리를 잘 쓰지 못한다. 각자의 개성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생김새가 다르고 키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삶이 다르듯. 장애도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그 안에 가 있고 가 있으며 가 있고 도 있다. 영화 속 신부님은 혼배 성사에서 말한다. “사랑하라. 사랑하다 보면 실망할 때도 있다. 또 실망하다 보면 슬플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실망까지도 사랑하라. 그렇게 같이 살아가라라고. 세하에게도 동구에게도 살아가면서 슬픔이 있었다. 그리고 살아가다 보니 기쁨이 생겼다. 기쁨으로 살아가다 보니 고통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결국 태어났으니 좌절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소중함을 말하는 것임을 깨우치게 된다. 그건 장애가 있기에 불행해서 깨우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장애는 비장애의 반대편일 뿐인 셈이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NEW
 
영화 마지막 세하에게서 동구를 대려간 동구 엄마의 결정이 반가웠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내가 동구 엄마의 결정에 반가웠던 것은 이제라도 발달 장애 아들의 행복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된 것에 고마웠기 때문이다. 장애가 불행이라면 삶 자체가 불행일 뿐이다. 하지만 태어났기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면 그 불행조차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함을 알게 됐다. 최소한 세하와 동구는 영화 속 삶이지만 그것을 너무도 빨리 깨닫고 서로에게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삶의 새싹을 바라본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무엇보다 이 삶의 방식이 너무도 유쾌하고 유머스러운 것에 나의 특별한 형제는 흐뭇한 웃음을 준다. 세상의 시선이 장애를 바라보는 최소한의 예의가 이 영화 한 편처럼 즐겁고 밝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기분 좋은 상상의 힘을 주는 영화 한 편이다. 개봉은 다음 달 1.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