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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2030년 25%까지 늘릴 것”
"에너지 사업 주민 설득이 핵심" "일회성 인센티브 아닌 공생적 관계 형성해야"
에너지분야 장기적 접근 필요…"미래에 꽃 피울 수 있게 많은 씨앗 뿌리고파"
2019-03-15 06:00:00 2019-03-15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 지도가 바뀌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아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발전량 기준)을 2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년 한 해에만 2989㎿(잠정)의 재생에너지설비를 신규 보급되면서 애초 목표치의 72%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 발 더 나가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취임 1년을 맞은 시점에서 박 사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취임한 지 벌써 1년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
 
알다시피 현 정부 주요 정책기조 중 하나가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취임 후부터 동서발전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사장 자리가 8개월간 공석이었기 때문에 챙겨야 할 일이 우선 많았다. 에너지 회사로서 동서발전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미래 비전을 어디에 설정해야 하는지 등을 고심했다. 거기에 맞춰 인사와 조직문화 개편을 단행했다. 앞으로 에너지 분야는 굉장히 긴 변화의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지난 1년도 중요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취임 직후 '재생에너지 3025'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 감이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나.
 
재생에너지 3025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정부 목표치보다 5% 높은 수준이다. 현재 동서발전은 2018년 12월 기준으로 514.7메가와트(㎿)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운영 중이다. 앞으로 정부 에너지 정책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반영해 2030년까지 약 15조원을 투자할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5.06기가와트(GW)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취임 후 관련 사업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작년 5월 충남 서산 한화토탈 내 사업부지에서 세계최초로 50㎿급 수소연료전지인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착공했고, 9월에는 충남 당진에 회처리장 유휴수면을 활용해 환경 훼손 없는 수상태양광 발전소(3.5㎿급)를 준공했다. 이외에 전남 영광군에 영광풍력(79.6MW급) 준공을 통해 서해안 윈드팜(140MW급) 조성에 한 발 다가섰다. 현재 동서발전은 514.7㎿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 사진/한국동서발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상당할 거 같은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주민 설득이다. 우리가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따라서 주민 수용성 확보는 재생에너지 개발의 선행과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생에너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끌어내야 한다. 탈화석연료,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이 뭐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도 정부가 일정 부분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보상으로 끝나면 안된다. 지역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10~20% 정도의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사업을 한다고 하면 발전기가 돌아가는 기간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식이다. 그래야 그분들도 단순히 풍력발전소 옆에 사는 게 아니라 주주처럼 해당 사업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발전공기업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지역사회와 공생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 발전시설 분야에서는 해수를 이용한 '이차전지(Sea-Water Battery)'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와 세계 최초로 해수를 이용한 이차전지를 개발했다. 작년 12월 울산화력본부 내 10kWh급 해수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 실증에 성공했고, 올해는 해수전지와 위성항법장치(GPS), 태양광 기술을 융합한 '에너지독립형 어망용 GPS 부이 개발 및 보급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의 핵심은 바다에서 활용도가 높은 해수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한 해양 첨단기술을 구현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이를 개발하는 거다.
 
연료전환사업도 병행한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맞춰 국내 1호 석탄화력 연료전환사업을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SK가스㈜, 한국산업은행과 공동 투자해 건설 추진 중이던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사업을 청정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으로 전환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했다. 또 최근 들어 심각해진 미세먼지를 줄이고, 충남권 석탄화력 과밀 해소를 위해 충북 음성과 울산으로 사업부지를 이전했다. LNG복합화력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당진 부지에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및 연계 ESS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우리 회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ESS 최적 운영솔루션(ESS MSP)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이 사업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력사용 패턴을 분석해 사업장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ESS 구축과 운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토탈 에너지솔루션 사업이다. 동서발전은 올해 상반기까지 170MWh 용량의 ESS를 구축할 계획이다.
 
작년 12월15일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가운데)이 호남화력본부 현장을 방문해 시설안전점검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한국동서발전
 

작년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자들의 안전 부분에 대해 어떤 점을 신경 쓰고 있나.
 
사고가 난 날이 일산화력발전소에서 안전점검을 하고 온 날이었다. 저녁에 뉴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사고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났지만, 우리도 언제 어떤 사고가 나는지 모른다. 이번 사고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실망도 컸다. 동서발전은 법적 기준을 넘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장 근로자 중심의 안전보건경영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매월 1회 이상 경영진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있고, 위험장소는 2인 1조 근무, 안전 취약설비에 대한 설비 보강 등을 추진해 사업장에 위험요인을 전면 개선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당진 4호기를 비롯한 전 사업소에서 계획 예방 정비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자체 인력은 물론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해 현장 밀착형 안전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 주범 중 한 곳으로 지적받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축과 관련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2030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2015년 대비 7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탈황설비, 탈질설비, 전기집진기 등 환경오염 방지설비를 보강하고,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 등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석탄화력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18년 기준 대비 35.9% 감축한 상태다.
 
남은 임기 동서발전 수장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울산 중구의 동서발전 본사가 스마트 오피스로 굉장히 유명하다. 직원마다 특별히 정해진 자리가 없고, 컴퓨터도 전부가 클라우드화 돼 있어 자유로운 근무가 가능하다. 서서 일할 수 있도록 가변책상으로 설치했다. 이런 부분은 전 경영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빛을 보는 성과가 상당하다. 발전소를 하나 지으려면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 어떻게 보면 내 임기 중에 나오는 성과들은 전임 경영진들이 그만큼 씨앗을 뿌리고 가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남은 임기 동안 많은 씨앗을 뿌리고 가꿀 생각이다. 임기 내에 꽃을 피우지 못하더라도 그중에 절반 정도는 후임 또는 그 다음과 다음 언젠가 꽃을 피우지 않겠나.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호남화력본부 간부들과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동서발전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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