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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종전선언 합의할 듯…영변폐기-상응조치 뛰어넘을까
비건-김혁철, 회담 의제 놓고 릴레이 협상…'모든 WMD 동결' 등도 조율 중
2019-02-25 13:43:26 2019-02-25 13:43:26
[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종전선언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뛰어넘는 합의안이 도출될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회담은 지난해 6월12일 체결한 싱가포르 공동선언보다 진일보한 내용이 합의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당시 북미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전쟁포로·실종자 유해송환 등 4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방안이 담기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회담 승자는 북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박하는 일이 한동안 이어졌다.
 
비건 대표와 김 대표는 실무협상을 통해 '하노이 선언'에 담을 구체적인 비핵화·상응조치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비건 대표는 실무협상 사흘째인 지난 23일 오후 취재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이를 놓고 양측이 정상회담 성공개최를 위한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노이 선언'에 영변 핵시설 폐쇄는 포함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발사대 영구적 폐기' 등에 기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상의 비핵화 로드맵이 어디까지 윤곽을 드러낼지가 회담 성공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비건 대표가 최근 미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들을 해체·파괴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힌 것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미 정부 고위당국자가 21일(현지시간)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현재로써는 불분명하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복잡성을 감안해 동결에서 폐기로 넘어가는 단계적 수순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미 내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같은 대폭적인 합의 가능성은 적다. 하노이에서 부분별로 합의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향후 실무진 간 추가협상을 진행하고 사안별로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다음 단계의 비핵화와 상응조치 방안을 북미 정상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번이 행여 마지막 회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을 시사했다.
 
최근 들어 과소평과된 측면이 있지만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는 의견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영변 (핵시설) 동결을 그저 시설물 닫는 정도로 생각하는데 더 이상 북한이 핵물질을 생산할 수 없는, 즉 핵무기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영변 밖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메인이 아닌 스페어(예비)시설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목표가 본토에 가해지는 위협 해소와 함께 북한으로 하여금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입구에 완전히 들어서도록 하려는 것임에 비춰볼 때도 작지 않은 결실이다. 
 
이에 연동해 미국이 내놓을 상응조치도 관심사다. 다만 북한이 미국에 강하게 요구 중인 대북제재 해제 카드가 바로 제시될 가능성은 적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북 경제제재 완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저쪽(북한)에서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연결과 경제협력(경협) 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대북제재 완화 초점이 남북 경제협력(경협)에 맞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입장에서 당장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 부담을 떠안지 않으면서 북한에 일정한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한국 내에서 그 가능성이 계속 제기된다.
 
또 하나의 유력한 상응조치인 종전선언도 이번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이 경우 우선 합의문에만 종전선언을 포함시키고 향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아가 문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4자회담 개최로 정리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기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다자협상 제안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연락관 파견은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북미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호텔 앞에서 25일(현지시간) 무장을 한 베트남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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