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신흥국의 통화 주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영란은행(BOE) 수장까지 공개적인 경고에 나선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문제가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통화·금융 질서 영역까지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총재는 일본에서 열린 강연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건전성에 심각한 위험을 일으키고 규제 회피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달러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새로운 탈세 경로를 열 수 있다"고도 진단했습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통화를 어느 정도 대체할지 주목된다"며 글로벌 규제 마련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민간이 발행한 달러 연동 자산이 각국 결제 체계 안으로 빠르게 파고들 경우, 통화 경쟁력이 약한 국가일수록 자국 통화의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시장은 이미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입니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3150억달러 규모이며, 이 가운데 약 98%가 달러 표시 자산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자국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약한 신흥국에서는 고물가와 환율 불안, 제재 회피 수요 등이 맞물리며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대체 통화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는 국제 통화 경쟁력 높지 않은 우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데요. 한 가상자산업계 전문가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 데서만 그친다면, 통화 주권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는데 용처가 없으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을 사는 데 쓸 것"이라며 "실제 사용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한 법조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존 통화 질서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단순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관할 안에서 어떻게 관리할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곧바로 일률적인 통화 주권 위협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문가는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느냐, 그리고 해당 국가 통화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통화 주권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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