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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위안부, 일본에 맞서려면 풍부한 자료 채집부터”
2015년 한일합의 후 아베정권 역사수정 본격화…“전 세계 흩어진 기록들, 체계적 정리해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역사수정정책|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 펴냄
2019-02-08 06:00:00 2019-02-08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전 세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물결로 넘실거린다. 미국 서부에선 “우리가 함께 하면 못 이룰 게 없다”는 김 할머니의 생전 구호를 읊어 대고, 일본에선 현지인들과 재일조선인들이 “우리 민족의 자랑이자 모범”이었다며 그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있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침묵을 거부한 성노예’란 표현으로 고인을 집중 조명하며 위안부 문제는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였음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최근 이러한 기조와 맞물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학술서를 냈다. 위안부 문제를 꾸준히 연구해 온 한국, 중국 전문가들이 관련 연구 흐름을 명료하게 짚어내는 책이다.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후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살피고 향후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에 따르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강제 연행’과 ‘성 노예’ 피해 사실이라는 데 있다. 1932년 위안부 제도가 정식으로 채택된 이래 1945년 전쟁 종식 때까지 집단 성폭행은 계속 존재했으며 일본 정부와 군대는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금지령을 내린 적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를 제정하고 실행한 ‘공범’이 바로 일본 정부와 군대였던 셈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10년 식민지배합법론’과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을 들어 국가적 책임을 회피해왔다. ‘1993년 고노담화’로 일본 정부와 군이 위안부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으나 최근 아베정권은 이를 다시 수정, 왜곡하고 있다. 정부와 군이 강제동원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없다는 게 그들 측이 내세우는 근거다.
 
그러나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필진들은 중국과 일본 내 문헌의 실제적 역사 사실에 근거, 일본 측의 주장을 치밀하게 반박한다.
 
쑤즈량 상하이 사범대 교수는 “일본이 출판한 3가지 대형자료집에는 정부와 군이 실시한 성노예제도에 관한 수백개의 역사 문헌이 게재돼 있으며 중국 지린성 등 당안관에도 많은 일본군 관련 자료가 있다. 20년 동안 중국과 한국, 북한 등 각국의 ‘위안부’ 생존자들이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가 제시하는 1938년 2월 일본군 화중 파견헌병대 사령관이 참모부에 보낸 보고서에는 중국 9개 지역에 위안소를 설치하고 운영한 통계 자료가 있다. 1938년 국가총동원법으로 끌려온 조선인 20명을 묘사하는 헤이허 주둔 일본군의 기록과 1945년 위안부 폭행 사건을 문서화한 지린성 당안관의 사료 등도 역사적 근거로 든다.
 
박정애 동북아재단 연구위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한국정신대연구소 등의 자료를 정리해 만주지역 내 조선부 위안부 피해자 및 피해 내용 목록을 보여주고, 자오위제 중국 지린성 당안관 연구관원은 중국 내 일본군이 남긴 경무보고서와 편지 등을 근거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증명하기도 한다.
 
책은 아직까지 국내의 위안부 연구에 대한 성과가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현실도 짚는다. 특히 일본 내 연구 성과에 비해 관련 사료가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은 일본 정부의 역사 각색의 빌미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피해자들의 증언 채록과 그에 대한 현대적 해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제사회에 소구할 만한 역사적 맥락을 놓치고 있다. 위안부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자행됐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역사적 자료를 우선적으로 채집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시 실제 역사적 접근으로 충실하게 돌아갈 필요가 있다”며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노획문서나 조사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일본 내에 소재한 비공개 자료 및 회고록, 일기 등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제자리를 맴돈 법적 해결, 사죄를 둘러싼 견해와 갈등 역시 “명백한 역사적 사실 규명 위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 역설한다.
 
무엇보다 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국내 첫 학술서로서의 가치도 높다. 아직까지 부족한 연구 실정의 반영이지만 이를 토대로 더 진전되고 진보된 연구를 기대해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찬책임자인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센터장은 “제국주의 열강 간의 방조와 묵인에 기초한 일제 식민지배와 그로부터 파생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오늘날 국제사회 최대 인권 현안”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첫 번째 학술연구서인 책이 진정한 역사 정의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역사수정정책. 사진/동북아역사재단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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