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없는 세상에서, 신영복 정신으로”
고 신영복 교수 3주기 추도식…박원순·유시민 등 각계인사·시민들 발길
입력 : 2019-01-15 17:35:59 수정 : 2019-01-15 17:35:59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고(故) 신영복 선생이 세상을 달리한지 3주기를 맞이한 가운데 추도식에는 여전히 그를 그리는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공회대학교와 사단법인 더불어숲은 15일 오후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신영복 선생 3주기 추도식 ‘꽃처럼 피어나리’를 가졌다.
 
신영복 전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1941~2016)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될 때까지 20년 간 수감생활을 토대로 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의 저서와 일명 ‘신영복체’로 불리는 독특한 서체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2016년 1월15일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많은 진보진영 인사들이 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며, 신영복 선생이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을 친필로 남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족자가 현재 문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에 걸려있다.
 
이날 추도식은 184석 정원의 성당을 가득 메워 계단까지 빽빽하게 시민들이 서야 했으며, 3주기인만큼 ‘탈상’의 개념을 띄어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로가 기억하는 신영복 선생을 얘기하며 삶과 말씀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신영복 선생의 뜻을 기리는 더불어숲은 내년부터 추모 행사를 1월이 아닌,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중에 전과 다른 방식으로 갖겠다고 밝혔다. 더불어숲은 기념도서관 건립, 저서 번역, 청소년 인문학 교재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평전은 현재 초고 마무리 단계로 빠르면 5월, 늦어도 8월에는 출간할 예정이다.
 
추도사를 맡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초인 2011년 12월 신영복 선생이 서울시청을 방문해 “서울시청이 민초들의 애환이 흘러드는 칠백리 한강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한 일화를 소개했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 시절 통잔잔고가 빌 때마다 선생의 글씨를 얻어다 팔았는데 이제 36조원이라는 돈(예산)이 생겼는데 선생은 안 계시다. 선생이 즐겨하던 석과불식(큰 과실은 다 먹지 않고 남긴다)이란 말씀은 우리 시대 중요한 얘기다. 여전히 정치·경제적갈등이 끊이지 않는데 임기웅변으로 일시적 조치를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고민으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선생이 꿈꾼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학 때 선생의 명성을 바람결에 들었다가, 감옥에서 나오신 후 독재정권에 싸우던 친구들 때문에 글씨 얻으려고 연락드렸던 기억이 난다. 선생이 아주 가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생의 글과 표지, 제 마음과 기억, 서가에도 있다. 선생의 영상과 사진을 보면 ‘다른사람 사이에 온전히 관계를 만들어 갈 때 완전해진다’라고 관계에 대해 얘길 하는 느낌이다. 나에 대해 살펴보면 부끄러울 때도 위로받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을 물건이나 수단처럼 대하는 것을 눈과 귀로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아픈데 나부터 훌륭한 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추도사를 전했다.
 
류방상 노동아카데미 제자는 “노동대학과 대학원 가장 어려웠던 4년간, 조합원 설득에 어려움을 겪을 때 더 넓은 교육을 배울 수 있었다. 선생은 하방연대를 강조했는데 가장 낮게 활동하는 사람들과 넓은 바다로 가야한다는 호연지기가 담긴 얘기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는데 선생님 통해 아버지 사랑을 느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얘기하듯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춘풍처럼 따뜻하게 대해라’,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해라’고 말하셨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반가사유상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자애로운 미소가 기억난다. 새로운 세상이 절실하게 외쳐지는 요즘이다”고 회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수들끼리 정기적으로 서예모임을 가졌는데 제 실력이 모자라니 제 손을 잡고 낙관까지 그려주던, 잔정 많고 작은 것까지 배려하던 친구이자 스승의 3주기다. 무한경쟁, 각자도생, 승자독식만을 외치는 요즘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의미있다는 가르침은 공감을 불러오지만 문구로만 남아있는 현실이다. 선생께선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이자 스승으로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고,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없다’고 얘기했다. 3주기 탈상이다. 이제 우리는 신영복 없는 세상에서 신영복 정신과 시선으로 저마다 ‘리틀 신영복’이 돼 살아야 한다.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신영복 선생 3주기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좌측부터), 류방상 노동아카데미 제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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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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