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형 ISA 가입했더니 의결권 '증발'
증권사, 선박펀드 의결권 금융회사 이전 설명 안 해…"주주권 강화 추세 역행"
입력 : 2019-01-14 06:00:00 수정 : 2019-01-14 09:56:36
[뉴스토마토 전보규·신항섭 기자] "작년 10월부터 주주명부에서 확인이 안 되네요."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선박펀드에 투자한 조영찬씨(40·가명)가 최근 증권사에서 들은 얘기다. 매달 오던 분배금 관련 우편물이 오지 않는 것이 이상해 문의했다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조씨는 그동안 있던 의결권 등 주주권리가 신탁형 ISA로 투자하면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황당했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없어 갑갑했다. 법규상 신탁의 주주권을 개인이 아닌 금융회사가 행사하게 돼 있기 때문인데 조씨는 신탁형 ISA 가입 당시에도 관련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신탁형 ISA로 상장펀드에 투자하면 개인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상장펀드는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권리가 없어지는 것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특정 상품으로의 가입 유도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 문의가 없으면 금융회사 직원이 먼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추천하지 못하게 돼 있어서다.
 
펀드 매수 후에도 설명할 수 있지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온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금융회사가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신의성실의무를 다하기 위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결원을 행사하기 전에는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권리 행사에 관해 설명하고 의사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행태에 불완전판매 소지 등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규에 신탁은 금융회사가 의결권을 행사하게 돼 있고 고객이 묻지 않으면 먼저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점에서 의결권 행사에 대한 내용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게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인지를 따져봐야 할 문제인데 의결권은 투자자의 중요한 권리란 점에서 본인의 의지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최근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또 상장펀드의 주주권에 대해 금융투자상품이 가진 손실 등의 위험보다 관심이 적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모두가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정 상품으로의 유도 등의 문제를 의식해 사전 고지 할 수 없다면 사후에라도 충실한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탁형 ISA에 관한 금융투자업계 모범규준에도 '투자에 수반되는 주요 유의사항을 알려야 한다'고 돼 있다.
 
투자자의 권리가 금융회사로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를 맥쿼리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안건을 두고 열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을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ISA 계좌로 맥쿼리인프라를 보유 중이던 주주들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신탁으로 보유한 지분이 0.4%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맥쿼리운용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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