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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기묘한 매력 넘치는 털털녀
“난 솔직해야 된다고 생각…가식과 포장은 숨막혀”
“실제론 무뚝뚝한 딸…이 영화 찍으며 엄마 생각”
2019-01-10 00:00:00 2019-01-1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히 낯은 익다. 하지만 어떤 영화 어떤 드라마에서 나왔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마련이다. 글자 그대로 주먹만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비현실적인 얼굴 크기와 달리 시원한 입매가 묘하게 매력적이다. 여배우 하연수는 자신을 알고 있다는 말에 함박 미소와 털털한 웃음을 터트리며 감사하다고 고개를 꾸뻑 숙였다. 이미지로만 여배우를 평가한단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새침하고 낯을 가릴 것 같다는 선입견은 고스란히 깨졌다. 그래서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속 홍장미의 젊은 시절을 이 여배우에게 맡긴 것 같단 확신이 들었다. 인터뷰 장소에 함께 했던 영화의 스태프 역시 맞다. 정확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 여배우, 보기와는 너무 다르다. 털털하다 못해 씩씩하다. 그래서 기묘한 매력이 넘친다.
 
배우 하연수. 사진/리틀빅픽처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하연수와 만났다. 너무도 연예인스러운 예쁜 외모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그런 예쁜 외모답지 않은 털털하다 못해 ‘TMT(Too Much Talker)’스러운 성격에 또 놀랐다. ‘내가 너무 말이 많나라며 밉지 않게 웃는 모습이 호감형이었다. 이런 성격 탓에 데뷔 초 안티 카페도 참 많았단다. 그는 회원 수 2명의 안티카페였다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제 성격이 이래요(웃음). 솔직하다? 사실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전 솔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뭔가 숨이 막혀요. 진중함과 노련함이 필요한 지점에선 전 그냥 침묵해요. 뭔가 가식적이고 절 포장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게 나 다운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부 대중들은 절 불편하게 보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절제? 그건 앞으로 제가 보완할 지점이라고 봅니다. 하하하.”
 
이런 솔직한 성격은 자신의 데뷔 첫 주연작 그대 이름은 장미홍장미와 너무도 쏙 빼닮아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는 배우 하연수와 영화 속 홍장미의 간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그는 주연이란 단어에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부담된다고 부끄러워했다. 대선배 유호정의 20대 시절을 연기한 그는 누구 뭐래도 이 영화의 투톱이다.
 
배우 하연수. 사진/리틀빅픽처스
 
어휴, 선배님에게 (투톱은) 너무 죄송한 표현이에요. 과거 책받침 여신이신데 제가 그런 분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게 돼서 민폐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섰죠. 선배님이 너무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드라마는 준비 기간도 짧고 빨리빨리 찍어야 하는데 영화는 준비 기간이 굉장히 길잖아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많이 편했어요. ‘이 정도면 가능하겠다는 감정이 들 때 그 장면을 찍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게 많이 좋았죠.”
 
사실 하연수는 오디션을 볼 때 홍장미의 젊은 시절보단 다른 역할을 탐냈었단다. 바로 중년의 홍장미 딸 현아역이다. 이 역은 또래 배우인 채수빈이 연기한다. 엄마 역할을 유호정이 연기한 중년의 홍장미도 똑소리 나는 인물이지만, 그의 딸 현아역할 역시 마찬가지다. 하연수의 실제 성격과도 참 잘 어울렸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하하하. 그게 좀 민망한데. 촬영 전 미팅 때도 제가 은근히 말을 빙빙 돌려서 했었어요. ‘홍장미역할보다 딸 역할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진짜 빙빙 돌려 말했지만 아주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는데도 결국에는 제가 홍장미였죠. 하하하. 씨알도 안먹혔어요(웃음). 그래서 시사회에서 채수빈씨가 연기하는 걸 정말 더 열심히 유심히 봤어요. 당연히 제가 했었다면 더 못했죠. 하하하.”
 
배우 하연수. 사진/리틀빅픽처스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하연수의 노래 실력이다. 영화에서 젊은 시절의 홍장미는 가수 지망생이었다. 가수 데뷔도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노래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한다. 실제 영화에서 등장한 노래 장면은 누구라도 OST가수의 목소리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실제 모든 노래 장면이 하연수가 직접 노래를 부른 것이다. 웬만한 가수의 노래 실력과 견줘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정말 저 같지 않았어요? 하하하. 와 성공했다. 하하하. 전부다 제가 불렀어요. 아휴 부끄러워라. 제가 몬스터란 드라마를 할 때 노래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 기타도 친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이 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노래는 그냥 취미 정도 수준이었죠. 오디션 때 갑자기 감독님이 노래방 가자고 해서 노래방에서 노래도 불렀어요(웃음). 전문적으로 노랠 배운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막 부른 걸 잘 만들어 주신 거죠.(인터뷰 현장에 있던 스태프는 영화 속 하연수의 노래 장면은 그 어떤 컴퓨터 작업도 안 들어 간 라이브 수준의 하연수 보컬이라고 설명했다)”
 
노래 실력 만큼은 놀라웠지만 미혼인 하연수의 모성 연기는 그를 당혹스럽고 곤욕스럽게 만든 지점이기도 했다. 그저 엄마가 자신을 생각했던 것만큼, 자신을 사랑해 줬던 것만큼의 감정을 생각해 만들어야 했다. 공감이 됐지만 스스로가 아이를 가진 적이 아직 없는 미혼이기에 어설픈 감정이란 점도 인정했다. 그래도 배우로서 만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
 
배우 하연수. 사진/리틀빅픽처스
 
극중에서 장미가 아이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공감이 됐어요. 나라면? 내가 만약 장미 같은 상황이었다면? 영화 속의 내용처럼 100퍼센트 같은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만은 절대 포기 못했을 거에요. 사실 저도 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내가 엄마가 된다면 그 아이를 위해 전적으로 옳은 방향과 행동을 하겠단 다짐을 지금도 하고 있어요.”
 
영화 자체가 엄마에 대한 얘기이다 보니 그의 뜻하지 않은 가정사까지 공개됐다. 특유의 털털한 성격대로 문제 될 것 없다며 웃는다. 본인의 실제 삶이기에 숨기거나 감추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단다. 영화 속에선 꽤 살가운 엄마로 나온다. 젊은 시절의 홍장미를 연기하지만 어린 현아를 대하는 모습이 꼭 그렇다. 물론 현실에서의 하연수는 실제 엄마에겐 살가운 딸은 아니라며 쑥스러워한다.
 
배우 하연수. 사진/리틀빅픽처스
 
엄마에겐 정말 무뚝뚝한 딸이에요. 그냥 경상도 아들 같은 딸?(웃음). 정말 뜸하게 전화를 해도 밥 묵었나이 정도에요. 엄마랑 얘기할 때만 경상도 사투리가. 하하하. 그런데 이번 영화 찍으면서 엄마 생각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제가 원래 김연수였어요. 그러다 엄마 성을 따라서 유연수가 됐는데, 활동하면서부턴 예명으로 하연수를 쓰고 있어요. 우리 엄마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단 생각 많이 했죠. 인터뷰 끝나고도 연락 한 번 드려야 겠네요(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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