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증여자, 소유권 이전 안 해 피증여자 손해 끼치면 배임"
"소유권 이전 전 등기 행위, 매매계약처럼 배임죄 성립"
입력 : 2019-01-10 06:00:00 수정 : 2019-01-10 08:48:5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증여자가 피증여자와 부동산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피증여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민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 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등기하는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며 "이러한 법리는 서면에 의한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수증자에게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한 증여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등기하는 행위는 수증자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민씨는 지난 2005년까지 사실혼 관계이던 이모씨에게 2007년 자신 소유의 경기 양평군 한 목장용지 1/2 지분을 증여했다. 민씨는 증여계약에 따라 피해자 이씨에게 목장용지 1/2 지분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으나 이를 위배하고 농협으로부터 4000만원을 대출받은 뒤 목장용지에 대해 최고액 52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했다. 
 
또 2011년 목장용지 전체에 대해 채권최고액 5200만원, 채무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민씨는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2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이씨에게 같은 액수만큼의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이 근저당권설정계약 및 등기 당시 고소인에게 신임관계에 기초해 토지에 대한 등기협력의무를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증여계약에 따라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해줘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고 해도 이는 피고인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증여 대상 부동산에 관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고 해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를 했다거나, 증여 상대방에게 어떤 손해를 입혔다고 할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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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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