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치매·독감 핑계 말고 법정 서야"
입력 : 2019-01-08 06:00:00 수정 : 2019-01-08 06:00:00
기자가 과거 취재 중 한 5·18 시민단체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했을 때의 일이다. 기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언급하자 그 관계자는 "왜 전 대통령이라고 하느냐. 전두환이라고 하라"며 언짢아했다. 전 대통령인 전두환씨 호칭 하나에도 민감한 광주 민심을 느낄 수 있었던 일화다.
 
전씨를 향한 여론이 요즘 더 나빠지고 있다. 그는 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공판에 독감·고열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3월11일 구인장을 발부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군부의 헬기 사격 등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가 거짓말을 했다며 그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에 기소됐으나 재판은 8개월째 공전 상태다.
 
이미 전씨는 지난해 5월과 7월 두 차례 재판 연기를 한 뒤 지난해 8월 첫 공판에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 측은 전씨가 사망한 지인 안부를 묻는 등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관할이전을 신청한 것을 볼 때 궁극적으로 광주에서 재판받기 싫다는 의도로 읽힌다.
 
전씨의 '시간 끌기'는 부인 이순자 여사의 "민주주의 아버지는 남편"이라는 발언과 함께 회고록 출간으로 악화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성난 광주 시민단체들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언이다. 자신들의 행동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민 61.5%는 최근 전씨의 사망 시 국립묘지 안장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에서 "법 개정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씨는 이미 12·12 쿠데타와 광주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혐의가 인정돼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특별 사면되기는 했으나 유죄가 무죄로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전씨는 회고록에서 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주장을 늘어놓으며 논란을 낳은 데 이어 신성한 사법부까지 무시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또 자신이 결백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신 있게 법정에 나오는 게 인지상정이며 광주 법정을 피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거듭된 논란으로 광주 시민에게 1980년에 이어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 더는 의미 없는 주장을 내려놓고 떳떳하게 법정에 서는 게 자신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국민을 향한 마지막 도리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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