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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내년에도 나는 '롱(long)'에 걸겠다
2018-12-28 06:00:00 2018-12-30 10:04:50
해마다 세밑이면 어김없이 ‘다사다난’이란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매번 다른 일이긴 한데 또 언제나처럼 크고 작은 일이 쉼 없이 벌어졌고 그로 인한 혼란과 피로도 컸다.   
 
증시는 오죽했을까. 연초만 해도 지난해의 강세장을 이어받아 ‘드디어 코스피 3000을 보는 건가’ 잔뜩 기대하게 만들더니, 초여름부터 힘을 잃고 흘러내려 이제는 다시 2000선마저 위협받는 지경이 됐다. 작년과 올해 우리 경제를 ‘하드캐리’했던 반도체가 정점을 찍을 즈음 하필이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 날을 세우고 기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체질 약한 우리 증시는 된통 감기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천수답 증시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증시는 골골대고 있고, 한여름 맹위를 떨쳤던 부동산시장도 잔뜩 움츠러든 상태. 내년 자산시장이 불안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1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위기설의 공포에 사로잡힌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투자자로 먼저, 나중에 기자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지 만 20년이다. 그 20년 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위기설만 해도 숱하게 많았다. 그중엔 IT버블 붕괴나 카드채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처럼 실제로 발발한 위기도 있었고 ‘썰(설)’에 그친 위기도 있었다. 어느 쪽이 더 많았을까? 당연히 ‘썰’이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온갖 ‘썰’이 이성적 판단과 실행을 막았다. 
 
인간의 뇌는 기회보다는 위험에, 이익보다는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행동재무학에서는 이를 ‘프로스펙트 이론’이라고 칭한다. 100만원의 수익을 버는 데서 얻는 만족감이 100이라면, 100만원 손실에서 받는 상실감은 150으로 100보다 크다는 것.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기대이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손실 가능성을 회피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이런데 지금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주식을 매수하자 혹은 보유하자고 한들 얼마나 와닿을까? 미국 대통령의 트윗 한 줄에 전 세계 증시가 조울증 환자처럼 웃었다 울었다 요동치는 세상에서라면 더더욱 부담되는 일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단맛, 쓴맛 다 본 투자자들은 지금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모두가 열광할 때 위기에 대비하고,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기회를 찾아나서는 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이런 것을 보면, 투자는 개인별 성향에 맞춰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비관론자보다는 낙관론자가 투자하기에 유리한 조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낙관론자가 아니라도 팩트는 짚고 넘어가자. 위에 언급했던 대형 위기들이 터질 때마다 우리 증시는 크게 무너졌다. 하지만 다시 회복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코스피가 2년 연속으로 하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IMF외환위기 직전 3년 연속 하락만이 유일한 예외였다. 
 
언제나처럼 내년에도 반도체를 대신할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한국 경제와 증시를 이끌어 갈 것이라 믿는다. 내년에도 나는 ‘롱(long)’에 걸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 증권부장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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