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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화재, 통신망·백업 재정비 기회 삼아야"
2018-11-27 17:16:46 2018-11-27 17:16:5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 관련해 전문가들은 통신망과 백업체계를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신망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회 경로를 마련하고, 데이터베이스(DB)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백업 체계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진호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27일 "통신망의 이중화, 서버의 백업체계, 주요 시설의 방화 대비책이 함께 갖춰져야 이번 KT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며 "특히 통신시설의 등급체계와 관련 법제도는 재정비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는 정부 재난관리매뉴얼상 D등급으로 분류돼 백업체계를 정부가 아닌 KT가 자율적으로 운영했다. A~C 등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수 점검한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DB의 백업체계도 필수적이다. 통신망이 바로 복구가 됐다고 해도 DB가 손상돼 즉시 백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대로 된 데이터 확인이 어렵다. 가령, 신용카드를 쓴다고 해도 이 카드가 본인 것인지 DB를 통해 확인할 수 없으니 제대로 된 결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시간 100% 백업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용량이 커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늘어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내처럼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는 이중망과 DB 백업체계를 갖추는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며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으로 기업이 지나치게 비용 효율만 따지도록 만든 건 아닌지도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및 전산 시설은 등급에 관계없이 방화 대비책을 철저히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 아현지사는 소방법 규정(500m 미만)에 따라 스프링클러와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불이 나면서 원인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정부는 기존 제도를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이 단장을 맡았으며 방송통신위원회·소방청·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통신사들이 참여했다. TF는 D급 통신시설을 포함한 주요 통신시설에 대한 종합 점검을 실시하고 500m 미만 통신구에도 화재방지 시설 설치를 추진한다. 또 정부의 통신시설 재난관리 등급체계를 개선하고 사고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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