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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불안감, 재벌 신뢰도에도 영향
반도체 이외 제조업의 위기 반영…‘어닝쇼크’ 겪은 현대차 약세 흐름
2018-11-05 07:00:00 2018-11-05 07:00:00
겨울이 오기 전 이미 추운 가을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0월은 글로벌 증시에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악의 달로 기록됐다. 특히 한국 증시는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11월 조사의 곳곳에는 이러한 ‘찬바람’의 기운이 스며 있다. 상승 추세를 보이던 재벌과 총수의 신뢰도가 정체되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9월 중순 3차 남북정상회담에 재벌 총수들이 동행하고 그에 대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을 때엔 지속적인 상승세가 기대됐으나 이어나가지 못했다.
 
일반인지 부문의 신뢰도를 볼 때 상당수 기업이 1위 LG(44.5→40.4)처럼 하락하거나 2위 삼성(28.4→28.8)처럼 정체했다. 전월 6위에서 4위로 상승한 신세계(23.4→25.4)나 8위에서 6위로 상승한 현대백화점(19.0→21.9)이 제조업이 아닌 유통업 기업이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현대자동차(23.5→18.8)의 경우 전월 5위에서 이번 달 8위까지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파리 중심가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출한 '넥쏘' 수소 전기차를 탑승한 뒤 알마 광장에 설치된 수소 충전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현대자동차의 하락세는 여타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일반인지 부문 총수 항목에서 정몽구 회장은 전월에 이어 4위라는 순위를 지켰지만 수치는 상당히 하락했다(12.9→8.5). 또 3·4세 신뢰도에서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전월 3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13.4→11.7). 정 수석부회장과 자리를 바꾼 것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13.2→13.8)이었다. 
 
이는 지난달 25일 현대자동차의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어닝 쇼크’가 발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일반인지 부문에서 8위를 차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조사인 5월과 이후 조사인 6월에도 8위었다. 이후 순위가 상승해 9월 조사에선 4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이전의 저평가가 현대자동차에 대한 ‘불만’을 반영했다면 이번의 평가 하락은 ‘불안’의 반영일 수 있다. 7점 척도 절대평가로 지표화하는 일반인지 부문에서의 등락에 비해 항목별로 몇 개 기업을 뽑는 상대평가로 지표화하는 행태 부문에서 그간 현대자동차는 줄곧 3위였다. 그러나 이번 달에는 현대자동차(16.8→12.8)가 4위로 밀려나면서 SK(14.7→15.2)와 자리를 바꿨다. 역시 반도체 이외 제조업의 위기라는 최근 세태를 반영했다고 하겠다. 
 
특정 기업을 더 선호하는 층은 뚜렷이 없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모든 지표에서 7개월간 1위를 지키고 있는 LG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확고한 수준이라고 지난달에도 분석했다. 이번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특정 기업을 더 선호하는 층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일반인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LG가 강세를 보인 층은 부산·50대이상·여성·화이트칼라·가정주부·대학원졸이상·가구소득 501만~600만원이었다. 또 2위를 차지한 삼성이 강세를 보인 층은 대구·50대이상·여성·가정주부·대학원졸 이상·가구소득 401만~500만원이었다. 
 
이렇게 봤을 때엔 특별한 변별점을 찾기 어려웠다. 조사를 전체적으로 봐도 특정 기업이 선호되는 층이 있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재벌그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층이 있다고 분석될 수 있다. 
 
또한 정치 이슈에 관한 여론조사가 ‘여권성향 층’이 어디인지 ‘야권성향 층’이 어디인지를 쉽게 분간할 수 있게 한다면 기업에 대한 조사에서는 분간이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30대 이후엔 연령이 올라갈수록 기업에 우호적인 응답을 하는 현상은 야권지지층이 기업에 우호적인 것이 아닐까 판단하게 하는 부분이지만, 학력과 가구소득이 높은 층이 기업에 우호적인 응답을 하는 현상도 나타나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 
 
기업 이미지는 부정 이슈에 반응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나쁜 일이 아니다. 정치성향에서 흔히 그런 것처럼 확고하게 진영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 효력을 발휘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선 하위권 순위에서 약간의 변동이 있었다. 일반인지 부문 재벌 신뢰도 하위그룹 순위에서 부영(-14.7)이 6개월 연속 최하위였던 한진(-12.9)을 제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만 일반인지 부문 총수 신뢰도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42.5)이 최하위인 30위를 고수했다. 이중근 부영 회장(-20.3)은 28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일엔 이중근 회장의 40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와 임대주택 비리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이 있었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징역 12년형과 벌금 73억원을 구형했다. 또 7월에는 당초 구속됐던 이 회장이 재판 중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나 ‘황제 보석’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시민들은 부정 이슈에 대해 분명하게 반응하여 신뢰도에 대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이미지 제고를 위해선 부정 이슈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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