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SG길드', IT노조 선례 만드는 것이 목표"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지회장 "IT노조 설립,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중"
"노조 가입률 10% 넘겨, 안정 궤도 정착…향후 1~2년 더 늘 것"
입력 : 2018-11-01 06:00:00 수정 : 2018-11-01 15:09:06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지난 4월 국내 대표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정보통신기술(IT) 업체 가운데 최초 사례로 이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등 IT기업 노조가 줄지어 설립됐다. 올해만 4곳에서 생겼고 몇몇 회사들에서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5일 문을 연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는 설립 두 달이 채 안 됐다. 노조 설립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장인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증인 출석이 취소되기도 했다. 당시 회사는 장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한 이정미 의원실에 노사 관계의 원만한 협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스마일게이트가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된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다는 등 의혹들이 불거져 노사가 교섭 첫 테이블에 앉기도 전부터 마찰을 빚고 있다. 오는 6일 첫 교섭에 나설 채비를 마친 차상준(36) 스마일게이트 노조 지회장을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시 모처에서 만났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위원장이 노조가입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본인제공
 
게임업계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지금 회사에서 맡은 직무는.
 
원래 게임을 좋아했다. 이 업계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 게임 싫어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덕업일치(열렬히 즐기는 취미와 직업의 일치)'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중학교 때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게임 관련 직종에서 꾸준히 근무했다. 프로게이머도 해봤고 게임 방송국에서도 근무했다. 2008년 처음으로 게임 기획·디자이너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 직무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스마일게이트에는 2011년에 입사했다. 지금은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 스튜디오 기획팀에 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떤 이유로 노조를 설립하게 됐나.
 
게임사에도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지난 7월 52시간 유연근무제 도입이 발화점이 됐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당시 노사 협의를 할 근로자 대표로 내가 뽑혔다. 하지만 근로자 대표라고 특별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근로자 대표로 뽑히며 회사 측에 회사 구성원의 의견을 들을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그런 절차 없이 곧바로 유연근무제 동의 서명을 해야 했다. 뽑힌 지 이틀 만이었다. 회사는 법적 절차상 근로자 대표의 서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당시 비슷한 생각을 하던 7명이 모여 노조를 설립했다.
 
최근 IT 기업에서 노조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IT기업의 노조 설립이 올해 폭발적으로 일어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IT 업계는 업계 경력이 기껏해야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까진 노조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네이버나 넥슨, 스마일게이트처럼 하나둘씩 노조가 설립되면서 업계 사람들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IT업계도 국가가 보장하는 노동권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 카카오나 안랩에도 노조가 생겼는데 이 흐름이 내년,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IT 사업장에서도 노조 설립에 관심이 있다.
 
IT 회사, 특히 게임회사라고 하면 특유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다.
 
외부에서 그런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실제로 게임을 개발할 때 자유롭고 창의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지 않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마음 놓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상상력이 발휘되긴 쉽지 않다. 개발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회사에서 권고사직이나 이직 권유를 받는다. SG길드는 이러한 관행을 '회사가 직원을 기계부품처럼 대한다'고 표현했다.
 
최근 '스마일게이트 개발 스튜디오 권고사직'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9일 내부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스튜디오가 없어졌다. 스튜디오가 없어지면서 회사에서 스튜디오 소속 직원에게 사직을 권유했다. 권유받은 당사자 중에 조합원도 있었다. 조합원이 노조에 신고하며 SG길드도 알게 됐다. 회사 측이 이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노사 협의를 원만히 이루겠다는 약속이 1차 교섭 전부터 파기된 셈이다.
 
지회장으로서 조합원에게 약속한 2가지가 있다. 회사의 노조 활동 방해 행위와 약자에 대한 회사의 일방적 공격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구성원 스스로 서로를 지키자고 만든 노조가 조합원을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겠는가.
 
노조 설립 이후 초반 급속도로 가입자가 늘어난 것과 달리 지금은 가입 추세가 줄었다. 설립 당일에만 가입자가 1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의 폭발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IT업계 서비스와 비슷하다. 한번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면 처음에는 이용자들이 한번에 많이 들어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IT 노조는 대부분이 20~30대로 구성됐다. 노조 설립 초반 가입자가 한번에 치고 올라갔지만 지금은 그 폭이 줄어 IT 노조 열풍이 지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른 산업군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체 직원의 10%가 노조에 가입해야 노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입률 10% 언저리의 노조는 쉽게 흔들리고 심지어는 없어지기도 한다. SG길드는 가입률 10%를 이미 달성했다. 안정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평하고 싶다.
 
노조가 설립된 지 두 달이 조금 안 됐다. 지금까지 활동을 평가한다면.
 
노조 활동을 잘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힘들다. 1~2년 정도 지나 봐야 알 것 같다. 업계에서 노조 활동 선례가 없다. 자연스레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도 없다. 그래도 IT 노조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게임 업계, IT 업계답게 젊은 세대에게 맞는 노조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SG길드 홈페이지만 해도 딱딱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구성했다. 최근에는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 노조가 함께 '아이템(IT'em)'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개설했다. IT노조 활동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알리면서 IT노조만의 새로움을 보여줄 계획이다.
 
SG길드의 앞으로 계획은. IT 노조의 지향점도 설명해달라.
 
오는 6일 회사와 첫 교섭이 예정돼 있다. 게임업계 관행인 포괄임금제, 권고사직 등을 해결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이 중 필수 근무 시간 수정, 정보 공개 등 비교적 작은 이슈부터 하나씩 해결할 계획이다. IT 노조는 이제 시작 단계다. 모범 사례를 남기지 못하면 노조를 준비 중인 다른 게임 회사 구성원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SG길드가 게임업계 노조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 목표다. 또한 다른 IT 업계 노조와 함께 새로운 노조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노조 가족들이 주말에 다같이 즐길 축제를 만드는 등 기존 노조와는 다른 IT 업계만이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달 16~17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SG길드 제2회 간담회'. 사진/SG길드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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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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