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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담보대출 초반 분위기는 좋지만"…은행권, 과거 '반짝효과' 반복 우려
담보 관리·회수 문제 우려 여전…기술금융 실패 사례 지적
2018-10-17 17:50:59 2018-10-17 18:57:51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동산금융 확대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은행들의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해 일부 제도개선을 완료하고 은행권에서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동산금융 활성화 강조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동산금융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담보 관리에 대한 위험성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동산금융 활성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완해야할 사항들이 아직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동산금융 활성화에 있어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담보 관리의 어려움이다. 이에 금융위는 추진전략 발표 시 IoT 기기를 담보물에 부착해 관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동산담보 특성상 훼손 및 도난, 이동 등의 위험성이 많은데 IoT 기기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현재 국내 은행 중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000030), 기업은행(024110)은 IoT 기술을 활용한 동산담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이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B은행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과거보다 보완된 점은 있지만 IoT 단말기를 사용해도 동산담보의 종류가 워낙 다양한 만큼 관리가 어려운 품목들이 많다"며 "기계 및 기구 등의 경우 대출 부실로 은행이 추심에 들어가도 대출 당시 책정한 담보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에 처분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담보물 관리뿐만 아니라 자금회수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말기 및 담보물에 대한 관리비용을 비롯해 기업이 담보물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담보물에 대한 가치 하락 등의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C은행 관계자는 "대출 부실은 손익을 비롯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동산담보의 경우 과거에도 부실률이 높았던 만큼 활성화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줄었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위에 따르면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분기에만 515억원 늘어 2345억원을 기록,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은 2012년 6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동산담보법)' 시행으로 동산의 담보 등기가 가능해지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기계 등 동산에 대해 확정일자와 공증을 받은 양도담보계약서를 통해 보조 담보적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동산담보법을 통해 정규 담보로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2013년 10월 동산 담보물이 경매로 처분됐으나 해당 은행이 배당신청을 하지 않아 배당을 받지 못하는 담보물 실종사고가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동산담보대출 취급을 꺼리기 시작했다. 이후 동산담보대출 신규 공급액은 2014년 1분기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은행권에서는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기술금융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기술금융 도입 초기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이 도입 초반부터 무리하게 자금을 지원했던 것처럼 동산금융 활성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D은행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 역시 도입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최근 동산담보대출도 이같은 움직임"이라며 "담보 관리를 비롯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과거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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