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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상회담)내주 한미정상회담·유엔총회…북 비핵화 성패 가를 분수령
문 대통령, '김정은 의지' 갖고 미 설득…유엔총회 연설도 적극 활용할 듯
2018-09-20 16:12:11 2018-09-20 16:13:41
[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노력이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한미 정상회담·유엔총회 등이 열리는 다음 주면 어느 정도 성패가 드러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체결한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경우 비핵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에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역할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며 평양공동선언 합의 내용을 긍정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미사일 실험도, 핵 실험도 없다는 것”이라며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실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북미 간 근본적 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우리는 북한의 대표자들에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핵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기구들이 있는 빈에서의 실무회담을 요청한 것은 실질적인 해법 마련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미 우리 측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로 북미 간 70년의 적대적인 역사를 청산하고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를 발판삼아 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국제사회와 북한 간 의견조율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미국 내 일각에서 ‘회담의 핵심이었던 비핵화 부분은 성과가 없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금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핵 신고리스트 제출과 ‘시간표’ 제시를 요구하는 미국과 ‘선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북한 사이의 의견차이를 좁히는 게 최대 과제다.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전날 “분명히 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그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직접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자리에서 한미 정상 간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이튿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며 “북한을 파괴하겠다”는 등의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북측 연설자로 나선 리용호 외무상은 반발하며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사용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북한을 바라보는 전세계의 시각이 ‘통제불능’에서 ‘대화가 가능한 상대’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런 변화된 상황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27일(현지시간) 예정돼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같은 날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관련 회의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이 회의는 유엔 회원국들에게 기존 대북제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의지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소집됐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대북제재 완화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와 관련 윤영찬 청와대 국민통수석은 ‘평양공동선언 내 비핵화 논의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충분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당장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고, 북미 간 비핵화 관련 실질적 진전 이뤄진다면 여러 가지 환경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리용호 북 외무상의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 내용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변화된 국제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지난해와 같은 대미 비판공세를 자제하는 대신 종전선언 체결 필요성과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5월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양공동취재단,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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