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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으로 돌아온 가수 유재하
유재하 홀로그램 개발 주역 KT 이정한 차장·신종현 과장 인터뷰 "몇 장의 사진·한편의 영상서 탄생했죠"
2018-08-28 18:11:31 2018-08-29 13:47:5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가수 유재하씨를 모셨습니다. 원래 작곡을 했는데 어떻게 앨범을 내셨나요?"(DJ)
"그냥 별난 짓을 해보고 싶었어요."(고 유재하)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K-라이브 공연장. 1987년의 인기 라디오 방송 '가요광장'의 DJ와 고 유재하씨의 목소리가 흘렀다. 이후 유재하씨의 히트곡 '지난날'의 전주가 흘러나오더니 유씨가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와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한 유재하씨와 현재 활동 중인 스윗소로우의 합동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을 마친 유재하씨는 한 줄기 빛과 함께 사라졌지만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공연장에는 깊은 여운이 남았다.
 
이날 공연을 선보인 KT는 홀로그램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유재하씨를 홀로그램으로 재탄생시킨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VR사업팀의 이정한 차장과 신종현 과장을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만났다.
 
KT VR사업팀의 이정한 차장(왼쪽)과 신종현 과장이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T
 
KT는 자체 홀로그램 공연장 K-라이브에서 가수 빅뱅과 싸이 등의 홀로그램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KT는 콘텐츠 관련 협력사에서 고 김광석씨의 홀로그램 공연을 본 후 고인이 된 아티스트를 복원하는 것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고 유재하씨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재하씨 관련 영상과 사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생전 공연 영상이 하나뿐인 데다, 유족들로부터 받은 사진도 그 수가 너무 적었다. 고인의 친구였던 송홍섭 PD와 가수 김종진씨 등으로부터 그의 말투와 표정에 대해 전해 들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홀로그램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얼굴을 복원하는데 집중했다.
 
홀로그램 제작은 유재하 가요제 출신의 가수 유빈이 노래하는 모습에서 출발했다. 유빈이 유재하씨의 생전 모습과 유사한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의  유빈 얼굴에 유재하씨의 이미지를 입혀 홀로그램을 완성했다. 홀로그램 기획부터 완성까지 3개월이 소요됐다. 신 과장은 "소수의 사진·영상 자료와 지인들의 이야기만으로 고인의 표정과 움직임을 재현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며 "22일 선보인 홀로그램은 80% 정도 완성된 것이며 완성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K-라이브에서 고 유재하씨의 홀로그램(맨 왼쪽)과 보컬그룹 스윗소로우가 함께 공연하고 있다. 사진/KT
 
가수 유빈씨의 공연 모습에 고 유재하씨의 얼굴을 입혀 홀로그램을 완성하는 과정. 사진/KT
 
현재 홀로그램은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K-라이브 같은 전용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KT는 5G 시대가 열리면 스마트폰에 작은 프로젝트 기능이 추가되고 홀로그램 콘텐츠도 많아져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과장은 "홀로그램은 엄청난 용량의 영상을 제작·편집하고 송출해야 한다"며 "초저지연의 5G에서는 보다 수월하게 영상이 보내지는 등 스마트폰만 있으면 홀로그램을 즐길 환경이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홀로그램을 활용한 수익 모델을 늘릴 계획이다.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이 차장은 "현재 아이돌과 유재하씨 같은 과거의 유명 가수, 아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 콘텐츠 등 세 장르로 홀로그램을 선보였다"며 "공연 수익뿐만 아니라 체험 및 교육 자료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차장과 신 과장은 다양한 신기술을 조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5G 시대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들은 "같은 재료로 다양한 요리가 탄생하듯 기존의 기술을 기반으로 얼마나 뛰어난 서비스를 기획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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