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6) 도입을 앞두고 국내 해운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새 기준에 따라 리스 자산과 부채를 모두 회계장부에 기재할 경우 국적선사의 부채비율이 올라가, 그간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무용지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사들은 내년 1월1일부터 새 회계기준을 의무 도입, 생산·운용설비 리스 계약을 할 때 관련 자산과 부채를 모두 재무상태표(옛 대차대조표)에 표시해야 한다. 올해까지는 리스 계약을 맺으면 리스 기간과 리스료 등에 따라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나눠 각각 다르게 회계 처리를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리스를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간 용선(빌린 선박)을 운용리스로 회계 처리를 했던 국내 해운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새 회계기준 적용으로 자산뿐만 아니라 부채 증가 부담이 뒤따르게 되기 때문. 부채비율 급증과 그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에도 직면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박. 사진/현대상선
문제는 국적선사의 용선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7월 말 기준 회사 소유 선박이 20척인 반면 용선은 68척에 이른다. 한진해운의 자산 일부와 인력을 인수해 출범한 SM상선은 총 21척의 선박 가운데 19척을 SM그룹으로부터 임대해 쓴다.
새 회계기준은 이미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예고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국내 선사들은 이에 대응할 여유가 사실상 없었다. 현대상선은 201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생사의 기로에 섰다. 한진해운의 인력과 자산을 일부 인수해 지난해 초 출범한 SM상선 역시 사업 초반이라 이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현대상선은 올 초부터 새 회계기준 적용에 대비할 목적으로 내부 검토를 진행하는 한편 현재 외부에 용역을 맡겨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SM상선은 용선이 모두 SM그룹에서 이뤄지고 있어 그룹 내부 선박 소유방식과 구조를 검토하며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움직임에도 주목한다. 용선이 자산과 부채로 잡히게 되면 선사들은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는 기존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사들은 모든 기업에 여신을 제공할 때 부채비율 변동으로 재무상태가 나빠지면 채무 회수의 약정 조항을 둔다. 특히 신디케이트 론(다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공통된 조건으로 융자해주는 대출)의 경우 향후 선사의 부채비율 상승 시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 금융기관도 참여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 여신 회수 기준이나 상환 일정 등의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희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면 선사들의 부채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여신 약정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용선 비중을 낮추려는 노력뿐 아니라 금융사의 여신 약정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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