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미흡에 재원 문제까지…장기소액연체자 지원 '용두사미' 우려
목표 재원 1000억원 중 절반에 그쳐…시민단체들 "부실 상담 잇따라"
2018-08-22 17:54:05 2018-08-22 17:54:05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정부가 내놓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이 용두사미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은 금융위원회의 소극적인 태도가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금융위 내에서도 홍보가 부족해 제도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허술한 관리 탓에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잇따르는 데다,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탓에 재원이 넉넉치 않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은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의 장기소액연체자 중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제도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 외에 민간금융회사의 채무 원금을 전액 지원해주는 정책은 역대 정부가 내놓은 서민정책 가운데서도 전례가 없다. 지원 대상자는 국민행복기금과 약정을 맺은 채무자 43만명, 금융회사에 채무가 있는 연체자 76만명 등 총 119만명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일단 학계와 업계에서는 제도의 취지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공감하는 분위기다. 빚을 성실히 갚아온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무조건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갚을 능력이 없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절실한 제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도덕적 해이가 걱정되긴 하지만,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채무자라면 기본적으로 굉장히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라며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홍보 부족 탓에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출서류가 복잡하고 상담사의 전문성이 부족해 실제 접수까지 이어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고객센터를 통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제도를 문의한 상담자수는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신청자는 5만3000명에 불과하다.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이 심사를 진행하는 금융회사 채무자로 한정하면 그 규모는 2만8000명으로 더 줄어든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이 국민행복기금 내에만 있다면 채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지원책을 홍보하기 쉬운데, 민간금융회사의 채무자는 신원정보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 홍보를 전방위적으로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까지 신청 기한을 연장한 뒤에는 민간 채무자에 대해서도 채권금융회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화 상담사의 전문성 부족도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관련 콜센터 직원들이 지원 기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소비자에게 잘못된 결과를 안내하는 경우가 최근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미선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탕감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정부의 국정의지가 담긴 정책을 시행하는 행정기관에서 제대로 정책을 시행할 생각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상담사 관리는 이번 지원책의 실무를 담당하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계적으로 지원 여부만 상담해주는 게 아니라 채무자 특성을 감안해서 맞춤형 종합상담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인데, 캠코에서 고용한 상담사들이 그런 전문성이 있겠냐는 지적"이라면서 "제대로 안내를 못해드리는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주 정교한 상담을 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사업의 재원을 금융회사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금융위가 목표하는 재원은 1000억원이지만, 현재까지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금액은 400억~5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1000억원이 모두 모인다고 하더라도 수조원대 채권을 넉넉하게 지원하기엔 모자라지 않냐는 의문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이유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무원금이 1000만원이면 부실채권 매각시장에 나가면 통상 30만원, 40만원 이정도에 거래돼, 원금 대비 3~4% 정도의 가치밖에 안된다"면서 "1000억원이면 현재 추산되는 장기소액연체자를 지원하는 데 모자라지 않다"고 말했다. 또 "1000억원까지 재원을 모으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기부금을 받아 지원책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환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출을 해주는 등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번 대책에 협조하는 게 맞다"면서 "필요하다면 정부가 금융기관들이 재원 확대에 더 참여할 수 있도록 공식 채널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했다. 반면 오 교수는 "결국은 정부가 금융사의 팔을 비트는 것"이라면서 "일반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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