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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치매 경보…경도인지장애, 5년 새 2배 증가
치매로 발전 가능성 높은 중간 단계…65세 이상 노인 28% 앓는 중
2018-08-28 06:00:00 2018-08-28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50대 중반인 B씨는 최근 약속을 깜빡하거나,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잊는 등 건망증 증세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위에 고충을 말하면 다들 '나이 들면 다 그렇다' 또는 '단순한 건망증이다'라며 웃어 넘긴다. 하지만 이런 증세가 늘어나면서 일상생활까지 위협하자 '혹시 치매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찾은 병원에서 B씨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경도인지장애는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저하되면 치매를 걱정하지만,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는 다르다. 치매는 기억력 저하와 함께 심리행동 문제, 인격 변화 등이 동반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판단력, 지각능력, 추리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은 보존되고 기억력에만 문제가 생긴다. 흔히 깜빡한다고 표현하는 건망증과도 다르다. 건망증은 단순히 잊어버린 것이고, 경도인지장애는 어떤 사건을 잊은 상황 자체가 기억이 안 나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도인지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8만1841명으로 2013년 8만5140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는 27.8%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미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는 노화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다"며 "인구 고령화가 빨라지고 경쟁사회에서의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정상인들은 1년에 1% 미만으로 치매가 발생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는 8~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부터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상태에 따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최근 다수의 연구를 통해 정상적인 노화를 막을 순 없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치매로의 진행은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온 상태다. 다만,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진 않은 상태다. 한의학에선 생각이 너무 많거나 심한 스트레스의 지속을 비롯해 노화로 인한 심신 기능 저하, 체액의 순환 불량, 어혈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일상생활 속 은행 송금 금액이나 번호키 등 숫자와 관련된 일에서 전에는 없던 실수가 생긴다거나 ▲바둑·장기 등의 게임 또는 이전 취미활동을 전처럼 잘하지 못할 때 ▲최근 일어난 일이 빨리 생각나지 않을 때 ▲집안일이나 업무 등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고, 능력이 떨어진 것이 체감될 때 ▲가족 관련 주요 기념일이나 복용하는 약을 깜빡할 때 ▲운전 중 실수가 잦아지고, 대중교통 환승 등에 불편함을 느끼는 등의 일이 기억력 저하와 함께 나타날 때엔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지속적으로 기억력이 저하되고 있다면 조기치료를 통해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 평소 걷기와 같은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머리회전을 할 수 있는 책읽기나 새로운 배움 등은 증상을 늦추거나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매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도인지장애는 국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28% 정도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서울 시내 한 노인이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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