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연이어 준비하고 있다. 7월16일 보완 대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인별 투자 한도 설정, 거래가 빈번한 투자자에 대한 징벌적 거래비용 부과 등을 검토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최근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배율을 조정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 신설 논의도 들린다. 결국 정부가 상장폐지는 아니더라도 ‘고사’ 수준에 이르도록 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 상품의 위험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높은 변동성뿐만 아니라, 주가가 횡보하더라도 계좌 자산이 감소하는 ‘음의 복리 효과(변동성 잠식)’라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오죽하면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투자회사 대표가 공개적으로 투자를 멈추라고 경고하고, 이제는 ‘자연사’시켜야 한다고 했을까.
이처럼 위험성이 큰 상품을 국내 정책당국이 허용한 배경에는 환율 안정이라는 목적이 있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가 급증하면서 외환시장에 부담이 가중되자, 해외로 향하는 자금 일부를 국내로 되돌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품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자금 유출이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외환 수급 측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유용한 정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해 확대된 변동성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가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은 분명하다.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직전 리밸런싱 매매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른 날은 추가 매수하고 내린 날은 추가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에 달하는 한국 증시에서는 개별 종목을 넘어 증시 전반을 흔드는 ‘거시적 웩더독’ 문제로 비화한다. 레버리지 ETF라는 꼬리가 두 대형주를 흔들면 코스피 지수 전체가 사정없이 출렁이게 된다. 장 마감 직전의 대규모 매매가 지수 선물, 패시브 펀드, 프로그램 매매 등을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도 다수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급등락 때문에 시장 전체가 요동치지는 않는다. 두터운 시장 유동성과 다변화된 종목 분산이 완충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범 이후 국내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들은 롤러코스터를 탄 격이다. 올해 코스피시장에서만 총 44차례의 사이드카가 발동되어 지난해 연간 기록(3회)을 훌쩍 웃돌았다. 시장 전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는 더욱 심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된 이래 7회 발동되어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된 발동 횟수(15회)의 절반에 육박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위험한 상품 하나를 규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상품이 시장 전체에 어떤 거시적 비용을 초래했는가를 분석해야 또다른 ‘거시적 웩더독’을 막을 수 있다. (이미지=챗GPT)
이처럼 변동성이 증폭된 시장은 글로벌 연기금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자산 배분을 할 때 평균-분산(Mean-Variance) 방법론 등 계량적 모델에 따라 비중을 결정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시적 웩더독’ 등으로 코스피 전체의 변동성(분산)이 커지면 한국 주식의 투자 매력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 같은 변동성 완화 장치의 잦은 발동 자체도 감점 요인이다. 거대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들은 시장의 유동성과 거래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전체 시장의 과반에 달하는 현실에서, 두 종목 기반의 레버리지 ETF 상품은 정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 역시 사실상 이러한 퇴장 수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은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묻지 말라 했다. 그 종은 바로 당신을 위해 울리는 까닭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상품이 소멸할 때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무슨 상품이 무슨 이유로 퇴장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장이 치른 거시적 비용이 무엇인지 오히려 철저히 짚어보아야 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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