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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퇴장, 그 후)②"보행자 중심 변화 '환영'…'즉흥 행정'은 어이 없어"
주민들, 환경개선 측면 호평…"생계도 영향, 철거결정 신중해야"
2018-08-13 06:00:00 2018-08-13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서울시가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서울 곳곳에 자리했던 고가차도가 하나둘씩 철거되면서, 101개였던 서울의 고가차도는 8월 현재 83개까지 줄어들었다.
 
시는 지난 2002년 떡전고가차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원남(2003) ▲미아(2004) ▲서울역고가 램프(2004) ▲신설(2007) ▲혜화(2008) ▲한강대교북단(2009) ▲화양(2011) ▲홍제(2012) ▲아현(2014) ▲약수(2014) ▲서대문(2015) 등 18개의 고가차도를 철거했다. 
 
지난 2016년에는 별도 용역을 실시해 나머지 고가차도에 대한 철거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한남2고가를 비롯해 구로고가·노들남북고가·선유고가·사당고가·강남터미널고가·영동대교북단고가 등 8곳을 추가 철거하기로 했다.  
 
이후 시는 약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달 4일 1단계 사업으로 한남2고가차도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76년 설치된 한남 2고가차도는 서울 용산구 한남오거리를 관통한다. 교차로 소통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남산1호터널에서 한남오거리 방향으로 진출하는 차량과 이태원로, 장충단로에서 한남2고가차도로 진입하는 차량 간의 엇갈림 현상으로 교통 정체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다. 
 
시가 실시한 ‘고가차도 철거·재활용에 따른 교통운영 개선방안 수립 및 관리 기본계획’ 용역에서도 한남2고가차도는 철거 대상 15곳 중 '고가차도 기능 평가'에서 13위를 기록했다.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서울
 
시의 이러한 고가차도 철거 의지는 ‘걷는 도시, 서울’이라는 목표와도 무관치 않다. 앞선 2016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는 ‘걷는 도시, 서울’ 시민위원회가 발족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서울역 고가도로가 보행자 전용길로 변모하고, 종로 일대를 보행자 전용특구로 지정된 것도 보행연속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시민들도 서울의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학생 이민수(23)씨는 “될 수 있으면 평소에 많이 걸으려고 하는 편”이라며 “(서울도)자가용보다 자전거,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최모(44·여)씨 역시 지금보다는 차량이 줄어들길 희망했다. 최씨는 “아이들 데리고 집 밖에 나가면 가장 걱정되는 게 자동차 사고”라며 “조심할 필요도 있겠지만 특히나 서울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거나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이미 고가차도가 철거된 지역의 인근 주민들도 대부분 만족스러워했다. 아현동 인근에서 10여 년째 가구매장을 운영해왔다는 박철모(53)씨는 “고가도로 철거됐다고 딱히 장사가 잘돼거나 그런 건 없다”면서도 “전망이 탁 트이니깐 답답한 것도 없고, 동네 미관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도 도시 환경이 개선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되는 시점이랑 맞물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도 같이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한남2고가 철거 돌연 연기…시민들 ‘황당’
 
향후 시는 한남2고가와 나머지 고가차도 7곳에 대한 철거를 순차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철거 일정이 평균 1~2년 정도 미뤄지면서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의욕만 앞세우다 철거 시작 하루 전 극심한 차량 정체가 우려된다며 돌연 연기를 발표했다. 
 
시민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남2고가차도 인근 은행에 근무하는 직장인 박상원(34)씨는 웃음을 지으며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박씨는 “무슨 전봇대 철거하는 것도 아니고 고가도로 철거를 하루 전에 연기하냐”며 “동료들도 대부분 어이없어했다”고 말했다. 
 
시의 이 같은 모습에 택시운전사 김모(58)씨도 답답해했다. 최씨는 “고가 철거가 택시기사들한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그걸 그렇게 대충 준비를 하냐”며 “그냥 내버려둬도 될 걸 굳이 철거한다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1, 2차선차량들이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2고가차도 방향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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