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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재산 상속, 더 이상 ‘부자 전유물’ 아니다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노영희 지음|동구나무 펴냄
2018-07-02 18:05:39 2018-07-02 18:09:2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A씨는 2016년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봉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003년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을 물려주면서 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소용 없었다. 아들은 재산을 받자 부모를 홀대하기 시작했다. A씨는 결국 계약서를 들고 법정으로 향했고 법원은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조항에 근거해 재산을 돌려주었다.
 
A씨의 사례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잘못된 재산 상속 문화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부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가 기대하는 ‘효’에 의해서만 움직이진 않는다. A씨의 경우처럼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가 아니라면 물려준 재산을 돌려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상속에 관한 갈등이 노인 학대와 범죄 등 사회 문제로 확산되자 국회에서 ‘불효자방지법’까지 발의하는 실정이다.
 
노영희 변호사는 신간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에서 이 같은 문제가 “상속에 관한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고 꼬집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에게 ‘무엇이든 물려주려’ 하는 관점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보다 ‘어떻게 물려주는 것인가’ 쪽으로 생각의 물길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보기에 ‘충분한 대화’는 올바른 상속 문화의 출발점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부모가 죽지 않았는데 그들의 재산을 논한다는 것을 여전히 불경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많은 노년들이 사망이나 병이 들 때까지 상속을 미루고 구체적인 플랜을 짜지 않는다. 충분한 소통 없이 상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산 유지에 대한 자녀의 자신감은 떨어진다.
 
저자는 “상속 얘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자녀가 상속 재산을 보존하고 증식시킬 기술을 쌓는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라며 “부모가 미리미리 구체적인 상속 계획을 세우고 자녀와 자연스럽게 재산의 증식과 유지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면 자녀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산 상속을 할 땐 증여와 상속의 적절한 배합이 중요하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 자녀에게 재산의 명의를 이전해주는 것이 ‘증여’고 부모의 사망 후 재산의 명의가 이전되는 것이 ‘상속’이다. 최소 100억원 이상의 순자산(부채 제외)을 지닌 부자들은 ‘세테크’의 관점에서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하며 상속 플랜을 짠다.
 
100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효’의 관점이 바뀌고 있는 점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모 헌드레드 세대(100세에 가깝게 사는 인류)’의 출현은 이미 상속의 의미와 부모 자식 간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무턱대고 자식에게 퍼주기 보단 인생 후반기를 위해 재산을 비축하는 흐름이 일본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거세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100살이 넘는 인구는 2050년이면 그 열 배에 가까운 32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내몰리는 자식들이 푼돈을 아껴 부모에게 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노년 세대들은 ‘노인’에서 ‘호모 헌드레드’의 인생으로 새롭게 진화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각 가정에 따라 ‘효’의 개념과 인식 기준을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옆집의 미담을 기준으로 효의 잣대를 논하는 시대는 오늘날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상 한번 물려준 재산을 돌려받기 힘든 만큼 저자는 문서로 된 ‘효도 계약서’를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구축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한 방법으로 추천한다.
 
‘돈으로 자식 인생을 망칠 수 없다’는 외국 부모들의 가치관도 참고해볼 만한 사항이다.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2억달러(2300억원) 정도에 달하는 유산을 아이들의 나이대에 따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갖게 된 뒤 불행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힐튼가의 상속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은 25억달러(2조9000억원)에 달하는 할아버지의 상속을 받을 수 없다. 할아버지가 죽은 뒤 유산의 97%를 콘래드 힐튼 기금에 기부한다고 10년 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유명인사들의 상속 교육법이 종국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을 모두 살리는 길”이라며 “이들의 케이스를 통해 우리의 비뚤어진 재상 상속 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상속에 관한 여러 올바른 방법론들이 제시되지만 책은 결국 ‘재산상속은 누구나 준비해야 된다’란 문장으로 요약된다. 재산을 절대로 물려주지 말라는 직관적 의미보다는 ‘잘’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누구든 고민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인생 관리의 첫번째 리스트에 ‘상속의 기술’을 올리고 증여와 상속을 ‘생테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재산을 제대로 물려줄 때 부모는 건강한 노년을, 자식은 희망찬 청년기를 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 사진/동구나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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