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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지속가능사회를 외치는 ‘바람’의 청년들
대학생기자단 ‘지속가능 바람’, 형식·소재 제한 없이 자유롭게 기사 작성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지속가능관련 외신 번역에도 힘써
2018-06-25 08:00:10 2018-06-25 08:00:10
대학생 독립 언론 ‘지속가능 바람’에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있다. ‘지속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의 참신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취재 기사, 외신 번역은 물론 오피니언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기성 언론이 닿지 못했던 사회 곳곳을 채운다.
 
‘바람’ 기자단에서는 매학기 30여명의 대학생이 활동한다. 같은 이름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을 발행하고 있다. 수도권의 여러 대학에서 모인 대학생들이 1년 동안 활동하며 직접 기사를 작성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매해 여름,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새로운 기수를 모집하며 현재는 23기 기자를 모집 중이다.
 
‘바람’은 2008년 경향신문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 산하 대학생 조직으로 시작했다. 2014년에 (사)지속가능대한민국과 협력하여 ‘대한민국 지속가능 청소년단(SARKA)’을 만들면서 외신 번역 및 청소년 멘토링으로 외연을 넓혔다. 일간지 인턴기자단, 대학생언론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지속가능바람의 협력기관 등 ‘바람’을 부르는 이름은 다양했지만 지속가능성을 논의한다는 목적만은 그동안 변하지 않았다.
 
2017년 10월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 실천 캠페인’에 참가한 지속가능 바람 부스 앞에서 바람기자단 소속 이상엽, 서지윤, 이시현 기자와 안치용 바람 이사장,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바람
형식 제한 없이 펼쳐지는 청년들의 목소리
 
‘바람’이 기자단을 표방한 만큼 가장 중요한 기능은 기사발행이다. ‘바람’은 ‘대학가’와 ‘우리가 사는 세상’, ‘사회적 경제’ 등의 섹션을 통해 우리 사회 속의 지속가능성을 직접 취재하여 기사를 산출한다. ‘대학가’는 대학생들의 문제에 집중한다. 등록금, 학생회, 아르바이트, 젠더 이슈가 대표적이다. 사건, 사고 중심의 보도가 아닌 당사자들의 경험과 인식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유행이 한 차례 휩쓸고 갔지만 ‘먹방’ 트랜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동.맛지도’(대학생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지도)는 ‘대학가’ 섹션의 주력 아이템이다. 대학가 주변의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보고 인터뷰해 만든 기사이다. 동네마다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오래된 ‘맛집’이나 기자들의 단골집들이 ‘대.동.맛지도’를 장식한다. 음식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주변 대학생들의 반응이나 골목을 지켜낸 가게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섹션에서는 청년들의 시선이 대학가를 벗어나 우리 사회 전반 곳곳을 향한다. 택시 노동자, 혐오 표현, 학교 폭력 등 일상의 이슈부터 메가스포츠, 원전 등 거대 담론까지 다루는 주제가 폭넓다. 지난 3월에 연재된 ‘명절 노동 실태’ 기획에선 대학생 4명이 속한 가구 각각의 명절나기를 그려냈다. 명절 노동을 전담하는 어머니와 그러한 구조가 어쩔 수 없음을 피력하는 아버지 사이에 속한 성인 자녀의 시선은 의외로 신선하다. 부당함을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에 갈등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섹션에서는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 등 지속가능에 기여하는 단체를 취재하여 주로 인터뷰 형식의 기사를 발행한다. 대학의 협동조합부터, 쉐어 하우스, 대안학교, 사회적 협동조합까지 단체 외형에 제한은 없다. 이렇게 ‘바람’이 취재한 곳만 140여개에 달한다. 이외에도 ‘오늘 부는 바람은’, ‘모난돌’, ‘즉흥 산책’ 등을 통해 대학생 기자의 목소리를 직접 내기도 한다. 칼럼부터 서평, 여행기까지 역시 형식의 제약은 없다. 다양한 소재의 내용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바람’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스스로를 “빨갱이 한남”으로 자처하는 ‘바람’ 기자 이상엽씨(연세대)는 “다른 대학생 기자단이 받아쓰기식 홍보기사 작성에 그치는 데 반해 ‘바람’에선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어 좋다”며 “어떤 얘기를 해도 폭넓게 수용되고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바람’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기자단은 매주 목요일 서울 금천구의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에 모여 아이템 기획 회의 및 기사 피드백 등 정기모임을 진행한다.
 
‘보석’과 ‘꼴값’으로 기록된 그 때
 
‘고양이를 살리려 했던 울산의 초등학생들’이 4월의 보석이 됐다. ‘바람’이 선정한 ‘이달의 보석’ 이야기다. ‘이달의 보석’은 매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회의 보석과도 같은 사람들, 사회에 디딤돌[步石] 역할을 한 이들에게 ‘바람’이 수여하는 상이다. 4월에는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를 살리려 소리쳤던 울산의 초등학생들이 선정됐다. 초등학생들의 작은 행동으로부터 반려동물, 나아가 동물권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 선정의 이유다.
 
이외에도 눈 여겨볼만한 보석들이 많다. 단체나 개인은 물론, 사회를 변화하는 데 기여한 불특정 다수가 선정되기도 한다. 5월에는 ‘혜화역 시위 참가 여성들’이 보석으로 당선됐으며, 3월에는 ‘총기 규제 시위를 시작한 미국 청소년들’이 꼽히기도 했다.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에 붙은 추모 문구 1004건을 문자화해 기사로 작성한 ‘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의 손가락’이나 2016년 경주 지진 때 시민이 개발한 ‘'지진희 알림' 프로그램 개발자 '이프로부족'’도 역대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보석들의 면면은 당시 사회가 안고 있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꼴값’으로 선정된 이들도 있다. 말 그대로 지속가능 사회에서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열차가 들어올 때 열차를 향해 청소노동자들을 인사하게 했던 ‘SR 주식회사’ 등이 꼴값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원은 ‘꼴값’의 단골 수상자다. 제천 화재 참사 현장에 국회의원 직위를 남용해 출입하려 했던 권석창 의원(자유한국당)이나 ‘노룩패스’의 주인공 김무성 의원(당시 바른정당) 등이 있다.
 
세계의 ‘지속가능’ 이야기, 우리가 한다
 
'일그러진 축구의 꿈: 프리미어 리그 사기에 팔려간 청소년들'
 
6월 22일, ‘바람’의 ‘세계시민’ 섹션에 게재된 기사의 제목이다. 프리미어 리그 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프리카의 10대 소년들이 브로커에 속아 네팔로 유입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영국의 유력지인 가디언에서 발행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매체에서는 한 건도 관련 보도를 다루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화제성이나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람’은 기존 매체에서 소외됐으나,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외신들에 주목해 꾸준히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바람’에선 ‘지속가능 청소년단(SARKA)’의 리포터와 협력하여 영어는 물론 프랑스·중국·일본어로 된 각국의 지속가능 외신을 번역해 기사로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 100여명의 ‘SARKA’ 리포터들이 기사를 번역하고 ‘바람’ 기자단이 아이템 선정단계부터 멘토링한 후 이를 교열, 발행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1700건에 육박하는 기사가 번역되었으며, 한 해 평균 350여개의 기사가 발행되고 있다. 하루에 한 편 꼴로 국외의 지속가능 소식을 우리 사회에 전한 셈이다.
 
‘세계시민’에선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지속가능 이슈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미세먼지의 책임을 중국에게 전가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미세먼지에서 살아남는 법, 6/18)이나, 동계올림픽의 한계를 지적하는 시선(동계올림픽, 소수를 위한 게임, 5/22)도 주목할 만하다.
 
살아남기 위한 청년들의 할 말, 팟캐스트 ‘싫존주의’
 
“세상에는 불편한 일도 많고 귀찮은 일도 많고 나쁜 새끼들도 많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20대가 20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싫은 것을 싫다고 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바람’에서 제작, 배포하는 팟캐스트 ‘싫존주의’의 오프닝 멘트다. 표현은 거칠지만 내용은 절박하다. 살아남기 위해서야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할 용기를 내는 20대. 기성 채널을 통해 충분히 얘기되지 못했던 청년들의 목소리가 팟캐스트를 통해 거침없이 전달된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싫존주의’는 수강신청, SNS, 알코올, 선거 등 다양한 현상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인식, 대안 등을 유쾌하고 적나라하게 짚어낸다.
 
뉴미디어팀에서 ‘싫존주의’ 진행을 맡고 있는 조우진씨(한양대)는 “싫어도 싫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싫은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뭐가 싫은 지 잘 모르겠는 것에 대해서 20대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내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조 씨는 “녹음을 위해 자료 조사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선을 찾으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 항상 즐겁게 녹음하고 있다”며 “앞으로 청춘들이 일상에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폭넓은 주제를 통해 청취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싫존주의’는 연재한 지 막 세 달이 된 신생 팟캐스트 프로그램이지만, ‘바람’에서 제작한 뉴미디어 콘텐츠의 역사는 짧지 않다. 비슷한 프로그램으론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연재된 ‘개.자.식’(‘개소리 말고 자라 시끄럽다’의 줄임말)이 있다. ‘싫존주의’와 내용은 비슷하지만 형식은 더 거칠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쌍욕’과 함께 전달한다는 것이 방송 취지다. 가장 오래된 팟캐스트는 2013년에 시작한 안치용 ‘바람’ 이사장의 ‘오래된 책방’이다. 고전을 읽은 청년들의 궁금증을 안치용 이사장이 해설하는 형식이다.
 
바람과 함께 성장하다
 
‘바람’은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에 소속돼있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는 14개의 사회책임 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바람’은 2015년부터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에 속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기사를 폭넓게 작성한다. 현장에 나가 취재를 진행하거나, 전문가 인터뷰를 기획기사 형식으로 작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는 뉴스토마토, 프레시안, 지속가능저널 등을 통해 거의 주간 단위로 발행된다. 대학생들끼리의 모임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발언권을 확장해 나가려는 ‘바람’의 욕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KSRN에서도 기사를 작성하는 편집장 서지윤씨(한양대)는 “‘바람’이 대학생기자단, KSRN기자단, SARKA 등 세 유형의 기자단과 연관되어 허브역할을 하며 뭍 밑에서 청년의 방식으로 ‘지속가능’을 의제화하고 있다”며 “사회와 직접 소통하는 지속가능캠프, 정치권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정책토론회 등 기사 외적인 형식의 의제화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 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대학생의 위치에서 청년 문제를 보다 깊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 기사를 활성화하겠다”며 “앞으로도 사회에 유의미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가능한 많이 제공할 수 있는 대학생 단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바람’의 시작과 성장에는 유일한 기성세대이자 ‘멘토’인 안치용 지속가능바람 협동조합 이사장이 함께 있었다. 안 이사장은 기자단의 기사 작성과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적절하게 지원하고 조언하는 일종의 ‘팔 길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지속가능사회가 우리 사회와 지구촌의 지향점이라고 할 때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지속가능 바람’ 기자단은 작지만 의미 있는 희망의 근거”라며 “세계시민으로서 각성을 실천으로 연결짓는 ‘바람’의 청년들과 힘닿는 한 함께하겠다고”고 말했다.
2017냔 8월 7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속가능 청소년단 사르카(SARKA)’ 지속가능캠프에서 사르카 청소년들과 바람 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바람
송은하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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