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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옥중 ‘10분경영’…운명의 심판 2막
“특별면회 불가, 경영현안 전달 어려워”…법정 공방은 치열
2018-05-30 19:06:03 2018-05-31 10:35:20
[뉴스토마토 이재영·김은별 기자] 롯데 총수공백 사태를 좌우할 운명의 심판 2막이 올랐다. 이미 1심 패배로 절대적 수세인 롯데가 반격에 안간힘이지만 되레 가중처벌을 주장하는 검찰 공세가 만만치 않다.
 
롯데그룹 총수공백 107일째인 30일, 신동빈 회장이 구속 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대중 앞에 나선 게 오랜만인데 롯데그룹 경영진 역시 신 회장 얼굴 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옥중경영’이라도 가능했지만 요즘엔 그마저도 여건이 안 된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과거 재벌 총수 ‘황제 면회’ 논란 이후 특별면회(장소변경접견) 하기가 힘들어졌다. 신 회장도 구속 이후 단 한차례도 특별면회를 하지 못했다. 경영진이 신 회장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하루 10분 일반면회 때뿐이다. 면담은 접촉차단시설로 분리되며 대화내용은 녹음돼 주요 경영현안을 논의할 환경이 못된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부회장단이 하루 10분씩 돌아가며 신 회장에게 보고를 한다”면서 “경영상황이 외부에 유출될 수 있어 인수합병(M&A)이나 투자얘기를 꺼낼 자리가 못된다. 옥중경영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된 이후 롯데그룹은 역동성이 떨어진 게 확연하다. 전까지 지주전환 발표, 순환출자 해소, 상장계획 등 활발했던 롯데다. 현재는 중국 마트사업을 정리하는 등 안정에만 집중할 뿐 공격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빈자리가 길어지며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부터 오너 리스크로 사회적 평판이 나빠진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이나 재무구조 평가 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이다. 일단락됐던 경영권 분쟁도 최종 판결에 따라서는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그룹 내부에선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롯데 측 변호인이 상식선에서 논리적 허점을 공략했지만 검찰은 여러 정황 증거를 내세워 몰아붙였다.
 
롯데는 다른 재단 출연 기업들과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롯데 측 변호인은 “롯데는 과연 다른 기업들과 무엇이 달라서 이런 처분을 받아야 하냐”며 “롯데가 다른 기업보다 나빠서 처분을 받아야 하는지 동의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초 출연금 17억과 70억, 대가성 인정여부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에 의문”이라며 “대통령이 내라 해서 17억 내고 더 내라 해서 70억 냈는데 이게 왜 뇌물이냐. 17억은 강요인데 70억은 강요이면서 뇌물이라는 판단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 규모가 큰 게 아니냐고 하는데 롯데는 매년 1000억원 넘게 (사회공헌)해왔다”고 덧붙였다. 롯데월드타워점 면세점 재취득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는 “탄핵안이 가결되고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이후 취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70억원은 출연금이 아니다. 특정 재단에 사업자금을 지원한 것”이라며 “기업 총수 중에 재단 사업자금을 지원한 것은 피고인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지배권 확보와 일본기업이란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날 방법, 즉 호텔롯데 상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면세점 특허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롯데 내부 문서에서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해 우호적 여론을 만들고 유관부처 등 이해 관계자를 설득 추진하는 내용이 있었다며 신 회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회동을 거쳐 대통령 면담까지 이어진 명시적 청탁 사실을 안종범수첩, 증언 및 진술 등을 근거로 주장했다.

이재영·김은별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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