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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흥행 반전 노리는 ‘버닝’에 대한 나쁜 시선 3가지
2018-05-24 16:10:10 2018-05-24 16:10:1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유일한 한국영화로 주목을 받은 ‘버닝’이다. 칸 영화제와 유독 인연이 깊은 이창동 감독 8년만의 신작이란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제 폐막 전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상영된 뒤 역대 최고 평점을 받았다.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유력하단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의 무관이었다. 흥행도 마찬가지다. 100여개국 판매 및 계약 진행 등 전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흥행은 힘겹다. 지난 17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38만을 겨우 넘겼다. 하루 평균 1만 5000명 내외가 ‘버닝’을 관람 중이다. 유아인과 할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 그리고 신예 전종서의 파격적이고도 존재감 넘치는 연기가 넘친다. 그럼에도 반응이 너무 미지근하다. 해외와 국내의 너무도 극명한 온도 차다. 이유가 뭘까.
 
 
 
♦ 난해한 스토리→상업성 희박?
 
‘버닝’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모티브로 각색된 스토리를 담았다. 원작 자체가 인물과 사건의 전사(前史)가 없이 상황 자체에 대한 은유적 묘사로 가득하다. ‘버닝’ 역시 구체적인 상황과 인물의 성격 그리고 사건 등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원작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헛간’(버닝에선 비닐하우스로 대체) 그리고 ‘태우다’에 대한 의미와 은유 즉 메타포적인 기능에 여러 추측들이 난무했다. 칸 영화제 출국 전 가진 기자간담회 그리고 그 이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도 이창동 감독이나 주연 배우 3명 모두 ‘버닝’에 대해 “미스터리한 얘기다”고만 전했다 그만큼 ‘버닝’은 보는 시각과 해석의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 감독의 영화적 관점까지 더해졌다. ‘버닝’은 기존 상업영화가 가진 대중성과는 사실상 거리를 두게 된 셈이다.
 
‘버닝’에는 다양한 메타포가 등장한다. ‘비닐하우스’ ‘고양이’ ‘우물’ ‘남산타워’ ‘음식’ 나아가 ‘행위’까지. 해석 자체에 대한 열린 연출이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의도이자 영화 ‘버닝’ 그 자체인 셈이다. 기존 상업 영화의 스토리 작법과는 분명 거리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영화 '버닝'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 영화제→작품성 강조→어려운 영화?
 
‘버닝’은 기획 단계에서 ▲이창동 감독의 신작 ▲파격적 노출 포함 ▲충격적 내용 등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그의 연출작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등에서 보여 준 작가주의적 성향은 대중들에게 그를 ‘어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인식돼 왔다. 오히려 데뷔작 ‘초록 물고기’가 대중들과의 접점은 더욱 강했던 케이스다.
 
이 감독의 연출작 가운데 ‘오아시스’가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돼 문소리에게 신인여우상을 안겼다. 이어 ‘밀양’은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 ‘시’는 감독 본인에게 각본상 수상의 영광을 전했다. ‘박하사탕’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상영된 바 있다. 데뷔작 ‘초록물고기’도 그 해 국내 영화제를 휩쓸고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넷팩상’을 수상했다. 사실상 필모그래피 전작품의 해외 영화제 수상 및 초청이란 대기록을 안고 있는 감독이 이창동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24일 오후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감독의 영화는 영화인들에겐 기대에 찬 작품이 분명하다. 영화제의 관심도 그 이유다”면서도 “반면 대중들에겐 마니아적인 요소보다 더 협소한 지점으로 다가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지점이 사실 이 거장의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딜레마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어렵지만 가치적인 면에서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단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이 감독 최고 흥행작은 전도연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칸 후광’을 톡톡히 본 ‘밀양’이었다. 총 171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버닝'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 논란? 흥행 타격 될까?
 
개봉 이전 배우들이 뜻하지 않은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버닝’을 통해 데뷔했고,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을 누린 전종서는 지난 15일 칸 영화제 출국 차 인천공항을 방문했다가 국내 언론의 포토 세례와 함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다. 출국장 모습을 담기 위해 현장에 대기 중이던 사진 기자들에게 불쾌한 표정과 함께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진 뉴스 공개 뒤 그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전종서는 칸 영화제 현지에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인 일로 울고 난 뒤 뜻하지 않게 모습을 보이게 돼 당황했다”고 해명했다. 참고로 이날 공항 출국 일정은 전 언론사에 ‘비공개’ 일정이 공지된 상태였다.
 
할리우드 스타이자 한국계인 스티븐 연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이자 친분이 있던 한 감독의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 감독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은 한 소년이 욱일기 장식의 티셔츠와 액세서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논란 이후 그는 영어와 한국어로 사과물을 올렸지만 두 언어의 표현이 미묘하게 달라 더욱 비난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5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칸 영화제 폐막 후 국내로 입국한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전종서 그리고 스티븐 연은 관객과의 대화(GV) 및 무대 인사를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겠단 계획이다. ‘버닝’ 역주행 흥행으로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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