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새 국가인권위원장의 자격
입력 : 2018-05-16 06:00:00 수정 : 2018-05-16 06:00:00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성을 그 생명으로 갖는다. 독립성을 상실하여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침묵하게 되면 오히려 권력의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주게 되어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지경에 이른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랬다. 국가권력이 저지르는 온갖 범죄와 인권침해에 침묵하고 그 권력에 굴종했던 치욕스런 과거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국가보고서 심의에 맞춰 쟁점목록에 관한 의견서를 유영하 상임위원이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편견에 기초하여 상당수의 의견을 삭제토록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2015년). 청와대가 직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제공한 일에 대해서 침묵했다(2012년). 2010년 말에는 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자 단전과 단수를 감행하였고, 결국 추위 속에서 농성장을 지키던 장애인들은 병원에 실려 가게 됐다. 그런 중에 우동민 활동가는 사망에 이르렀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대하는 태도나 장애인 활동가들의 농성을 대하는 태도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외에도 용산참사 사건, 직원들에 대한 부당징계, 성소수자혐오단체에 대한 행사장 제공 등으로 인해서 국내외의 비판을 직면해야 했다.
 
직원들은 힘 있는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에 대해 줄서기를 하고, 위원회 운영에 비판적인 직원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을 감시하고 따끔한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권단체들은 협력관계에서 배제됐다. 상임위원들과 일부 비상임위원들이 이런 독선적인 운영에 대해 비판하면서 사퇴를 했어도 현병철 위원장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고, 박근혜 정권은 국가인권위원회 역사상 처음으로 현병철 씨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연임시켰다. 현 씨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연임하는 동안 한때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국가인권위로 칭송을 받다가 한 순간에 손가락질 당하는 인권위로 전락했다.
 
이런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본래의 독립성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지난해 11월에서 올 1월까지 운영되었던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는 우동민 사건을 조사한 뒤에 국가인권위원장에 사과를 권고하는 등으로 혁신방향을 제시한 적이 있다. 필자도 참여했던 혁신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에 침묵했던 과거와 인권위 독립성 훼손, 형식적인 시민사회 협력 등을 철저히 반성하고 인권전담 기구로서 인권보호와 권력감시기구라는 역할에 충실히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들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에서 나눠 먹기 식, 밀실인선 과정을 거쳐서 임명되고는 했다. 유엔이 권고하는 투명한 절차는 없었고, 시민사회의 의견은 묵살해왔다. 마침 현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8월12일로 다가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장을 투명하고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인선절차를 마련할 것을 천명하였다. "당시 국제인권기구는 국가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의 비전문성을 지적하면서 위원 임명 과정을 공개하고 시민사회 참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국가인권위는 어떤 권력이나 정치세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국가인권위원장은 무너진 위상을 회복하고,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살려내야 하고, 시민사회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급변하는 인권의 논의들에 민감하고 이를 국가의 인권기준으로 제시하는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이런 자격을 갖춘 국가인권위원장을 시민사회가 추천하고 이에 대한 검증과정을 거쳐서 임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새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침해와 차별에 아파 우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인권감수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장 인권적인 인권위원장을 우리도 만날 때가 되었다. 청와대는 국가인권위원장 추천위원회를 만드는 시작부터 시민사회와 의견을 나누고 경청하길 바란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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