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4년만의 영결식이 끝이 아닌 이유
입력 : 2018-04-17 17:09:24 수정 : 2018-04-17 17:09:24
모든 사람은 죽는다. 남은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과 이별을 한다. 그게 영결식이다. 영결 이후 떠난 이의 부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게 죽은 자를 보내는 산 자의 방식이다. 그렇지만 너무도 갑자기 떠난 이들, 그것도 억울함을 안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영결은 다르다. 사고로 죽게 되면 더 서럽고, 사고가 아닌 ‘사건’이 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 경우, 또 그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는 이별은 더더욱 서럽다.
 
4년이 지났음에도 주체할 수 없는 울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한 사람들…. 지난 16일 안산에서는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렸다. 거대한 제단 위에는 261명의 영정과 신위가 자리를 잡았다. 봄날의 햇살은 따사로웠고 전날까지 사납게 불어대던 바람도 대체로 잔잔했다. 261명은 4년 전의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던 이들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만 17세의 앳된 얼굴들로 제단 위에서 아무런 근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티 없이 웃고 있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인 그들, 그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떠나보내야 하는 이들이 많으니 유가족들도 많았다. 평소의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굳어있던 얼굴들, 검은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은 영결식 시작 전부터 울었다. 식의 마지막 순서인 헌화 시간에는 제단 앞에서 기어이 통곡이 되었고, 그중 몇몇 엄마들은 실신해서 구급차에 실려 갔다. 4년간 애써서 고통을 참아왔던, 가장 단단한 유가족이었던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마저 유가족 대표 추모사 마지막에는 울먹였다.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대한 염원은 못난 부모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고통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사랑한다.”
 
이들 유가족들이 견디어온 4년의 시간은 지옥이었다. 내 아들딸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면서 수장되어가는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그 바다로 뛰어들고 싶던 그들이었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스러움에 밥 먹는 것마저 스스로 혐오스럽게만 느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맘껏 울 수조차 없었다. 진실을 외치던 유가족들은 조롱과 폄훼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자식의 시체를 팔아서 보상을 더 받으려고 한다는 모욕마저 감수해야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울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정권과 정치세력과 언론과 세상의 혐오세력들의 행태를 보면서 처절하게 깨달았다. 자식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는 자식의 뒤를 따라 죽어서도 안 된다는 처절한 깨달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세월호 4년,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다”고 말했다.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로 여기게 되었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었으며,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은 별이 된 아이들과 함께 유가족들에게 돌려져야 한다. 그리고 유가족들과 같이 울고, 같이 분노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해온 시민들에게 돌려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억울함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왜 지독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2기특별조사위원회와 정부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서 밝혀내야 할 일들이다. 유가족들이 가슴 속에 아이들을 묻을 수 없는 이유다.
 
그날에도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 빌라와 아파트에는 ‘세월호 납골당 절대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대한민국의 소망”이 담겨야 할 그 공원을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그 현수막은 합동영결식이 끝이 아님을 깨우쳐 주고 있다. 4년 만의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영결식은 끝났다. 그래서 이제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4.16 이후는 그 이전과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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